한국외대 및 인문, 경상계열 논술 대비 문제와 모법답안
- 최초 등록일
- 2015.11.12
- 최종 저작일
- 20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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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I.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1863년 유럽에 처음 등장한 기차를 타본 뒤 극심한 전율과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당시 기차는 시속 30~40㎞에 불과했지만 마차보다 3배나 빨랐다. 주변 풍경을 음미할 여유 따위의 여행 과정은 사라지고 오로지 목적지만 남는 것을 경험한 하이네는 “철도가 공간을 살해했다.”는 명언을 남겼다. 철도 여행으로 상징되는 속도가 인간의 일상과 의식, 문화, 심리 전반에 미치게 될 영향을 예견한 것이다. 밀란 쿤테라는 그의 소설 『느림』에서 “자본주의와 느림은 상극이다.”라고 하면서 자본주의의 만연은 사람에게 속도를 강요했다고 갈파했다. 19세기 이후 기계에 의한 동력이 개발되면서 사람은 ‘속도’라는 효율에 갇혀 ‘느림’의 여유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각박해진 세상은 사람들의 걸음걸이에도 속도감을 요구한다. 사람들의 걸음 속도가 10여 년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흥미롭다. 영국 허트포드셔대학 리처드 와이즈만 교수팀은 최근 세계 32개 도시 사람들의 걸음 속도를 측정한 결과 1994년 조사 때보다 평균 10%나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 60피트(약 18m)를 걷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13.76초에서 12.49초로 1초 이상 빨라진 것이다. 한편 걸음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사회·경제적 변화가 극심한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용’ 국가였다.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 보행자들은 60피트를 10.55초에 걸어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1994년 세계인의 걸음 속도를 측정한 캘리포니아대학 로버트 레빈 교수는 “사람은 빨리 움직일수록 다른 사람을 도와줄 가능성이 작아지며 심장 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압축적인 근대화를 달성한 한국의 경우 ‘속도’에 대한 집착은 눈에 띄는 현상이다. 급속도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했던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성장만능주의와 결합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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