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소설
- 최초 등록일
- 2006.12.08
- 최종 저작일
- 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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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1. 개화기와 1910년대의 소설
목차
Ⅰ. 한국 소설 문학
1. 개화기와 1910년대의 소설
01 꿈하늘
2. 1920~1945년대의 소설
01 표본실의 청개구리
02 할머니의 죽음
03 물레방아
04 광염(狂炎) 소나타
05 붉은산
06 고향
07 모범경작생
외 다수
본문내용
1
때는 단군 기원 4240년(서기 1907년) 몇 해 어느 달 어느 날이던가, 땅은 서울이던가 시골이던가 해외 어디던가 도무지 기억할 수 없는데, 이 몸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크나큰 무궁화 나무 몇만 길 되는 가지 위, 넓기가 큰 방만한 꽃송이에 앉았더라.
별안간 하늘 한복판이 딱 갈라지며 그 속에서 불그레한 광선이 뻗쳐 나오더니 하늘에 테를 지어 두르고 그 위에 뭉글뭉글한 고운 구름으로 갓을 쓰고 그 광선보다 더 고운 빛으로 두루마기를 지어 입은 한 천관(天官)이 앉아 오른손으로 번개칼을 휘두르며 우레 같은 소리로 말하여 가로되,
"인간에게는 싸움뿐이니라. 싸움에 이기면 살고 지면 죽나니 신의 명령이 이러하다."
그 소리가 딱 그치자 광선도 천관도 다 간 곳이 없고 햇살이 탁 퍼지며 온 바닥이 번뜩하더니 이제는 사람의 소리가 시작된다.
동쪽으로 닷 동달이 갖춘 빛에 둥근 테를 두른 오원기(五員旗)가 뜨며 그 깃발 밑에 사람이 덮여 오는데 머리에 쓴 것과 몸에 치장한 것이 모두 이상하나 말소리를 들으니 분명한 우리나라 사람이요, 다만 신체의 건장함과 위풍의 늠름함이 전에 보지 못한 이들이다.
또 서쪽으로 왼쪽에 용, 오른쪽에 봉을 그린 기 밑에 수백만 군사가 몰려오는데 뿔 돋친 놈, 꼬리 돋친 놈, 목 없는 놈, 팔 없는 놈, 처음 보는 괴상한 물건들이 달려들고 그 뒤에는 찬바람이 탁탁 치더라.
이 때에 한놈이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으나 뜨는 호기심이 버럭 나 곧 무궁화 가지 아래로 내려가 구경코자 했더니 꽃송이가 빙글빙글 웃으며,
"너는 여기 앉았거라. 이 곳을 떠나면 천지가 캄캄하여 아무것도 안 보이리라."
하거늘 들던 궁둥이를 다시 붙이고 앉으니 난데없는 구름장이 어디서 떠 들어와 햇빛을 가리우며 소나기가 놀란 듯 퍼부어 평지가 바다가 되었는데, 한편으로 우르르 꽝꽝 소리가 나며, 모질다는 글자만으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큰 바람이 일어 나무를 치면 나무가 꺾어지고 돌을 치면 돌이 날고, 집이나 산이나 닥치는 대로 부수는 그 기세로 바다를 건드리니, 바람도 크지만 바다도 큰 물이라. 서로 지지 않으려고 바람이 물을 치면 물도 바람을 쳐 바람과 물이 공중에서 접전할 때 미리〔龍〕가 우는 듯, 고래가 뛰는 듯, 천병만마(千兵萬馬)가 달리는 듯, 바람이 클수록 물결이 높아 온 지구가 들먹들먹하더라.
"바람이 불거나 물결이 치거나 우리는 우리대로 싸워 보자."
참고 자료
두산백과사전 및 고교 국어교과서, 참고서 해설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