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Ⅰ. 들어가며
1919년 3.1 운동을 계기로 기틀이 확립 된 근대문학은, 인쇄 기술의 발달로 대표되는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암암리에 떠돌던 문학작품이 정식으로 출판되고 유통됨에 따라 본격적인 산업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1920년대는 동인지와 신경향파, 프로 문학이 새로운 문학 경향으로 떠오르면서 ‘서간체 소설’의 등장이 이루어진 시기로 여겨진다. 서간체 소설은 ‘서간’을 소설형식에 차용한 것으로, 이 시기에 가장 활발한 문학적 활동을 꾀하였다. 서간체 소설의 최초라 할 수 있는 이광수의 「어린 벗에게」를 시작으로 1920년대에만 1945년까지 발표된 60여 편의 서간체 소설 중 30여 편 이상의 소설이 발표되었다. 이것만 보아도 당시 유행처럼 번진 서간과 서간체가 문학에서 얼마나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1920년대 서간은 멀리 있는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매체였으며, 동시에 시․소설․수필 등의 형식으로 차용되었고 문학작품 속에서는 사건의 소재가 되었던 다용(多用)적 수단이었다. 그러나 서간의 변용이 불러온 문학적 범위의 확장이 막강한 수용과 파급력으로 인해 가속화를 더하면서, 본래 서간이 가지는 문학적 위상은 그 저변이 축소되고 인식도가 빈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문학형식의 새로운 방식을 창조하는 데 일조하였지만, 서간은 서간체가 문학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확고히 다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서간체라는, 서간을 차용하여 만들어진 문학형식은 본바탕에 있는 문학보다 그 연구도 비교적 많은 편이고, 인식적인 측면에서 차지하는 우위(優位)가 현실인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교술의 하위 갈래에 속해 있는 서간이 문학에서 차지하는 갈래적 특징을 심화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하여 서간에 대한 의의를 고찰하고, 하위갈래로서 모호한 위치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서간의 가능성을 재고하여 수필이나 일기, 기행 등의 장르와 같이 그 성격적 특성이 분명한 문학과 비등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목차
Ⅰ. 들어가며
Ⅱ. ‘서간’과 ‘서간체’의 구분
1. 서간
3. 서간체
Ⅲ. 교술의 하위갈래
―수필, 일기, 기행, 서간
1. 수필
2. 일기 기행
Ⅳ. 문학으로서 인정될 수 있는 서간의 범위
Ⅴ. 서간이 지니는 가능성
Ⅵ. 맺음말
본문내용
Ⅱ. ‘서간’과 ‘서간체’의 구분
서간의 장르적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이 교술의 하위갈래로 위시될 수 있느냐를 논의하려면, 우선 서간과 서간체의 적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서간과 서간체를 문학으로 인정하고는 있으나 이 둘을 엄밀히 분리할 만한 잣대가 없어, 서간과 서간체 문학을 서로 혼동하거나 오해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서간체는 서간의 사회적 존재양태에 의거해 서사의 진실성을 보다 용이하게 확보하게 해주는 형식이다. 양지은, 「1920년대 소설에 나타난 ‘서간(書簡)’ 연구」,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학위논문, 2005, 58쪽.
즉 갈래적 개념에서 서간체는 ‘서사’에 포함되며,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이 둘의 위치는 전연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간이 서간체와 그 의미가 중첩되고 혼동되는 이유는 첫째, 서문에서 밝혔듯이 서간의 변용이 불러온 문학적 범위의 확장으로 인한 수용과 파급력이 가속화를 더하면서, 본래 서간의 자리를 상대적으로 축소시킨 것에 있고, 둘째, 이와 같은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간이 문학 장르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하지 못한 채, 그 형식적 측면의 동질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잘못 인식된 데에 있다. 서간이라는 하나의 문학과, 서간을 빌어 파생한 서간체라는 문학의 변용이 단순히 ‘서간’이라는 범주적 특성에 묶여버린 것이다. 또한 자기 고백적 서사 양식이자 발신자에게 읽혀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서간이 소설적 성격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 한용환, 『소설학 사전』, 문예출판사, 1999, 234쪽.
는 서간의 특징은 그 자체로 서간과 서간체(소설)의 구분을 명료히 하기 어려운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서간체는 서간이라는 문학 장르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장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서간체의 의의가 서간 형식의 차용 속에서 이루어는 창작과 변용임을 주지해야 한다. 갈래를 정의 갈래란 문학적 작품의 독특한 유형 또는 범주로써,(중략) 유사성을 지닌 다수의 작품에서 추출되는 범례적 일반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김흥규, 「한국문학의 이해」, 민음사, 1998.
하는 맥락에서 보면, 서간과 서간체가 가지는 유사성이 범례적 일반형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그 둘이 지니는 차별적 특성이 각각 독립된 문학으로 정의된 바, 서간과 서간체를 혼동하는 일은 재고해야 할 문제이다.
참고 자료
1) 양지은, 「1920년대 소설에 나타난 ‘서간(書簡)’ 연구」,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학위논문, 2005
2) 한용환, 『소설학 사전』, 문예출판사, 1999
3) 김흥규, 「한국문학의 이해」, 민음사, 1998
김일근, 「문학으로서의 서간문」, 문학사상, 1975,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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