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사저포기> : 고전 속에서 발견한 뜨거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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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사저포기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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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전문이다. 이 시를 접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 누가 저토록 자신의 온 몸을 새하얗게 불태우면서까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면서 동시에 가장 어리석은 사람일 거라고. 여기에 그런 사랑을 하다 간 대표적인 인물이 있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중 <만복사저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양생이다.
<사랑과 영혼>에 나오는 인간과 영혼의 사랑은 잘 알지만 우리는 정작 우리 고전인 <만복사저포기>에도 그런 사랑이 다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남염부주지>에서도 그렇지만, <만복사저포기> 역시 인간과 사후세계의 만남을 주로 다루고 있다. <금오신화>를 창작한 매월당 김시습이 인간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소설을 적었을 것이라 생각하면, 사후세계에 대해 구체적인 묘사와 설명을 늘어놓은 이 소설은 한 편의 판타지 소설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만복사저포기는 현대에 빗대어 풀이해보면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괴담이 따로 없다.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여자친구 한 번 사귀어보지 못한 채 골방에서 생활하는 안쓰러운 청년이 어느날 근처에 있던 교회에 들어가 십자가에 걸린 예수상 앞에서 혼자 자신과 예수 역을 번갈아 하면서 고스톱을 치고, 이긴 대가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이 여자가 귀신이었다, 하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게다가 양생은 그녀 한 사람만을 만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시녀에다 그녀가 초대한 네 아가씨와도 함께 놀았으니, 이들이 모두 한을 품고 죽은 처녀귀신일 것을 생각하면 머리털이 쭈뼛 솟을 일이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는 공포물처럼 보이는 시놉시스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공포보다는 감동을 주는 것은 주인공인 양생과 귀신 아가씨의 신비한 사랑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만남을 기뻐하고 애틋한 눈빛을 교환하며 하룻밤 애정을 나눈 그들의 사랑은 요즘 말하는 ‘원나잇 스탠드’에 해당할지 모르나, 그러한 수식어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천진난만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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