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전, 외모에 흔들린 사랑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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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생전>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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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사람들이 여성의 아름다움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읽는 내내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었던 소설이 바로 이 <주생전>이다. 서정적인 시가 곳곳에 삽입된 아름다운 소설이고,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 인연을 맺는 호남의 이야기이지만 독자인 내가 주인공인 주생보다 버림받은 배도에게 더욱 큰 연민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같은 여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 주생이 배도에게 애정을 느낀 것도 단순히 배도의 용모가 아름다워서였기 때문에 지나지 않는데, 소설 주인공의 사랑치고는 이는 너무 가볍기 그지없다.
배도는 눈물 흘리며 주생에게 자신의 평생을 바칠 것을 맹세했지만 주생이 이에 진심으로 감복하지는 않았다. 그는 얼마 안 되어 배도보다 더욱 아름다운 선화에게 홀리고 그 이후로 배도를 떼어낼 궁리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배도의 시 역시 매우 빼어났지만 아름다움만큼은 선화를 당해내지 못했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주생은 배도를 버리고 선화를 택하지 않았는가. 외모는 후천적인 노력보다도 얼마나 훌륭한 유전자를 타고 났는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큰데, 고작 그것만을 이유로 굳은 맹세를 깨버리고 배도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주생이 나는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주생이 스스로 배도를 버렸다는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할뿐더러, 소설의 작가 역시 철저히 주생의 시각에서만 사랑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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