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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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버린 쓰레기봉투를 뒤져보는 독특한 취미? 습관?을 갖게 된 주인공 남자는 쓰레기를 통해 알아낸 이웃의 습성을 수첩에 상세히 기록해 둔다. 이러한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를 계속해서 생각해보았다. 처음 남자가 쓰레기봉투를 뒤지게 된 이유는 자신이 먼저 그러한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종량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는 상태로 자신이 내다버린 쓰레기봉투를 뒤져서 끝끝내 남자를 찾아와 범인 취급하며 쓰레기봉투를 집어던져놓고 간 부녀회 아줌마들에게 좋은 감정이 생길 리는 만무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기분 나빠서 ‘당신들도 당해봐라’라는 심정으로 했다기에는 남자의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행위는 너무도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지속적이다.
그렇다면 시선을 바꿔 공간적인 측면에서 생각을 해보았다. 가족도 애인도 없이 아파트에 홀로 사는 남자는 쓰레기를 뒤지며 이웃 주민 한명 한명의 특성을 알아가고 있다. 이를 통해 보면 작가는 단절된 듯 보이는 공간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통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파트라는 공간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각 집은 두꺼운 벽으로 단절되어 있다. 하지만 모두가 조용한 한밤중이나 새벽 시간에는 옆집이나 윗집, 아랫집 사람들이 켜놓은 TV 소리나, 두런두런 주고받는 말소리,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소리 등이 모두 전해지는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는 얼굴만 마주치게 되는 타인임에도 불구하고, 혹은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거나, 혹은 그들의 생활 일부를 추측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일부만 안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강력한 호기심이 없다면 그 역겨운 냄새와 부패한 음식물들을 참아가며 쓰레기들을 만지작거리는 일은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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