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식코 sicko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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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난 다음 주였다. 강의실에 들어서는 내 발걸음은 굉장히 가벼웠고 경쾌했다. 아쉽게도 잘 보지 못한 시험이었지만, 일단 시험이 지나갔다는 즐거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이유가 아니었다. 또 다른 이유는, 강의실에서 교수님이 아니라 영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수님께서는 부산으로 출장을 간다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 대전이었던가? 부산이든, 대전이든 당시 나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 날 수업시간에 영화를 보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원래는 굉장히 졸린 시간대이고 많은 학생들이 함께 듣는 수업이기에 늘 수업시간에 졸음과 싸워야 했는데, 그 날은 정말 이상하게도 정신이 더 맑아지고 시야는 점점 더 또렷해지는 기분이었다. 영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말똥말똥해진 나의 눈은 어느새 교단에서 분주하게 영화를 준비하시는 조교님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에 출석체크가 끝났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이게 뭐야…. 역시나 그럼 그렇지, 학술적인 내용!’

대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강의시간에 보는 영화. 재미있는 내용일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막상 첫 장면부터 정말 이게 뭔가라는 생각을 했다. 사진만 한 장, 한 장 보여주는 듯하다가, 나중엔 왠지 어설프고 덩치가 있어 보이는 한 남자가 등장. 마치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찍은 듯한 흔들리는 시선처리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흔히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라기보다는 텔레비전에서 5부작, 10부작 하는 인간극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고 자료

식코 (Sicko, 2007) 다큐멘터리 | 2008.04.03 | 120분 | 미국 | 12세 관람가 | 마이클무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