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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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에 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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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는 반복해서 “헛수고”라고 말한다. 눈이 내리면 모든 것이 하얀 공백 속에 빨려 들어가 버리듯 시마무라와 고마코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하얀 공백 속으로 사라져 가버릴 것 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헛수고였다. 하지만 시마무라는 헛수고, 라는 것을 알면서 설국을 반복적으로 찾아간다. 그는 기차 속에서 설국을 바라보며 “저녁 풍경이 비친 거울 속의 비현실적인 힘에 사로잡혀”(15p)있다고 말한다. 주변이 온통 새하얀 눈을 뒤덮인 자연의 빛에 눈이 멀어버린 그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간다.
시마무라가 고마코를 처음 봤을 때 그녀를 “발가락 밑의 움이 패인 곳까지도 깨끗할 것이라고”(21p) 생각했다. 그는 고마코를 하얀 백지같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하얀 백지 같았던 고마코는 시마무라가 왼손을 들며 “이 놈이 가장 잘 자네를 기억하고 있었지”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시마무라에 의해 혹은 다른 남자들에 의해 점점 색이 칠해진다. 시마무라는 “무용가의 살아 있는 육체가 춤추는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의 얘기나 사진을 통해서 떠오르는 그 자신의 공상이 춤추는 환영을 감상하는 것”(27p)처럼 고마코를 대한다. 그러니까 설국에 있는 고마코는 시마무라에게 뚜렷한 실체를 본적 없는 서양 무용 같은 존재였고 그런 존재인 고마코를 자신의 즉흥적인 공상과 감상에 따라 대하게 된다. 즉흥적인 것은 소유할 수 없다. 오직 순간만 있을 뿐이며 그 순간에는 과거나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 시마무라와 고마코 역시 서로에 대해 단편적인 것 밖에는 알지 못한다. 거의 백지 상태나 나름 없었다. 그들은 공백 뒤에 만남의 순간이 찾아 왔을 때 구구절절하게 자신에 대해 늘어놓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런 사실들이 헛수고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마무라와 고마코는 헛수고, 라는 것을 알면서도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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