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 이라는 책을 읽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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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이긴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국사를 배우면서 종종 TV에서 방영하는 사극을 보다보니 어느 덧 불교라는 종교에 참 많이 익숙해졌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372년에 전래되었다고 하고 전국에 사찰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고 있는 나는 유명하다는 산자락 한 곳에 사찰이 없으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불교에 익숙하게 성장했다. 집 근처에 교회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에 가면 반드시 사찰이 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현각스님의 ‘만행’이라는 책과의 나의 만남, 개인적으로 말하기보다는 글쓰기가 편하고, 글쓰기보다는 글 읽기를 편하게 느끼는 나에게 현각스님의 책을 읽었다는 것은 현각스님과의 대담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절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당연히 신부님이 될 줄 알았다고 말하는 현각스님은 어느 날, 미국으로 강연 나오신 한국의 숭산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감명을 받아 참선을 시작하게 된다. 미국에서 알아주는 명문대라는 예일대와 하버드 대학원을 나온 사람이 무슨 연유로 천리만리 낯선 이국에서 불교에 귀의하게 된 것일까.
현각스님의 가정은 누가 보아도 엘리트 집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소위 ‘괜찮은 집안’이었다. 자상한 아버지와 현명한 어머니, 그리고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있는 9남매들, 재미있는 것은 현각스님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출가한 많은 스님들의 집안이 소위 ‘잘나가는 집안’이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꼭 집안 형편이 괜찮은 사람만이 출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각스님이 주변 스님들에 대해서 소개하는 내용에서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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