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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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제일 앞에 나오는 이름 중 하나, ‘레옹’
검은 모자와 검은 선글라스, 화분을 한손에 든 꼬마 아가씨와 다니는 킬러. 그 이름은 내게 그렇게 기억되어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고독과 냉정의 이름이 아니다. 레온 톨스토이의 프랑스식 발음이며,『안나 카레니나』에 빠져있는, 우리가 생각하는 아파트 수위의 범주를 넘어선 수위아줌마 르네의 고양이 이름이다.
단지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대문호이며,『전쟁과 평화』가 다 인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계에서 현상학, 칸트, 오컴에 관심이 많은, 우리의 상식으론 생각하기 힘든 여인, 르네.
그녀는 고급 빌라의 수위로 20여년을 보낸 50대 후반의 과부이다. 얼굴도 그저 그렇고 등도 약간 굽은,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아주머니’라는 호칭이 약간은 과한 그런 여자이다. 이 책은 그녀와 그 빌라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날카롭고 세상을 너무도 알아버린 소녀 팔로마의 이야기이다.
“고슴도치의 우아함”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반어적 표현이 가득할 것 같다는 것. 또 460쪽에 달하는 두께에, 예의 재미없는 책들이 가는 길을 간다고 생각했다. 100여 쪽을 읽을 때까지도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에 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의 우아함을 알아보는 이가 나타나면서 점점 베스트셀러의 당위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흔히 ‘고슴도치’ 하면,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라는 속담을 생각한다. 못난 자기새끼를 예뻐하는 모성애 강한 동물의 상징이다. 또, 못난이의 표상이다. 그런 동물에게 우아함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 아닌가. ‘우아함’하면 생각하는 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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