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의 장편 소설 「태평천하」의 풍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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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의 장편 소설 「태평천하」의 풍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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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질곡을 풍자의 기법에 담아 우회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독특한 작가적 색깔을 창출해낸 채만식은 작품 수가 많았던 만큼 다양한 성격, 다양한 주제를 작품 속에 구현해냈다.
『태평천하』는 탁월한 풍자의 방법으로 식민지 부르주아의 삶이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모습을 그 현실의 본질과 역사성에 비추어 비판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소설은 구한말 중산층으로 출발하여 한일합방 이후에는 지주와 고리대금업자로서 상업 자본을 축적한 윤직원과 그에 기생하는 가족을 비롯한 인물들의 삶을 통하여 식민지 자본계급의 퇴폐성과 그로 인한 파멸을 그리고 있다. 특히 윤직원과 같은 상업 자본가들이 왜 친일을 할 수 밖에 없는지를 객관적 현실 위에서 반영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리얼리즘적인 성격을 뚜렷이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태평천하」는 풍자와 패러디를 통해서 시대에 대해 비판의식을 던진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풍자란 있어야 할 것을 바탕으로 있는 것의 본질을 우스꽝스럽게 폭로함으로써 사회적, 윤리적 비판을 가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상과 현실, 본질과 외관의 차이를 날카롭게 의식하는 정신의 산물이다. 일제 강점시대처럼 <있는 것>이 매우 견고하거나 폭력적 억압에 의해 강요될 때, 즉 <있어야 할 것>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풍자의 기법은 교묘하고 복잡해진다.
「태평 천하」는 윤씨 일가의 4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해 한말에서 일제 강점기 하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한국 사회의 변천을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날카로운 풍자적 감각과 현실 비판 의식을 바탕으로 당대 현실을 반어적 수법으로 형상화함으로써 현실 의식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의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붕괴해 가는 한 시대의 전형을 창조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들을 염두해 두고, 가족사 소설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에 근접한다면 보다 심화된 감상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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