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쪽글: 악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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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쪽글: 악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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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심 많고 본성이 악한 왕비에게 받은 사과를 먹고 잠이 들어버린 선하고 순진한 ‘백설공주’ 이야기에서부터 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고담시의 범죄자 조커에게 대항하여 싸우는 ‘베트맨’의 이야기까지. “악인은 곧 괴물이다.”라는 선악의 이분법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한다. 그러한 점에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유대인들에게, ‘수백만명의 유태인 학살’이라는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아돌프 아이히만은 지구상 최고의 악마이자 미치광이, 괴물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무지하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잘못된 점이 없는 너무나도 정상적이고 평범한 하나의 인간이었다. 이는 우리에게 ‘악의 평범성’ 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고, 우리는 어찌하여 평범한 인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잔인한 대량학살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히만이 유대인 학살을 담당했던 것은 그가 유대인에 대하여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합리적인 통치 제도라 여겨지는 ‘관료제’의 맹점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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