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화술사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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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시간 김철교수님의 복화술사들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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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서정주 시인이 쓴 ‘귀촉도’라는 시의 맨 마지막 연이다. 이 시적 표현에 감명을 받은 나는 한동안 이 시에 사로잡혀서 지냈다. 또 서정주 시인이 쓴 몇편의 시를 읽고 감명을 받고는, 시인의 자서전과 시집을 사서 읽으면서 점점 그의 사상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서정주가 일제 강점기에 친일을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이것은 나의 정체성이 흔들릴 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배웠던 ‘국사’과목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사람들을 ‘친일파’와 ‘독립운동가’로 나누고 있었고, 나 역시 ‘친일파’는 ‘매국노’라는 생각으로 친일파 성향의 인간들을 인간이하로 취급하고 있었다.
이것이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식민지시대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은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다. 식민지 시기의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을 인간이하로 생각하면서 물샐틈없이 강제적으로 통제했고, 반대로 우리 민족은 엄청난 핍박에도 불구하고 독립의지를 불태워서 결국은 독립을 쟁취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국사를 가르치는 유명학원 강사는 일제 강점기를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강의’로 정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강의는 일본인은 심지어는 개털까지 뽑아가는 악랄한 것들이라면서, 그들이 했던 악행들을 하나씩 언급하면서 추임새처럼 욕을 덧붙이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이런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요컨대, 우리가 지금껏 받은 역사교육이란 우리가 그때 겪었던 모욕과 수치를 기억하고, 되새기며, 그들은 우리의 적이라는 것을 주지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태도는 한국과 일본의 축구 국가 대표전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잘 드러난다. 일본과의 축구경기가 있는 날, 일본은 대한민국의 ‘공공의 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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