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창작 수필 -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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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창작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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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저녁 식탁에는 김치가 올라와 있었다.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며 저마다의 맛을 뽐내기 위해 나를 유혹하는 여러 산해진미들,
큰 냄비에서 조개와 꽃게가 온 몸에 된장을 바르고 지글지글 볶으면서 싸우고 있고
오븐 속에서 갓 구워져 나온 고등어가 속살을 드러내며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도 김치는 있어도 없는 듯 조용히 식탁 한 구석을 차지한 채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여러 음식들 속에 김치가 어우러진 진수성찬을 마주할 때면 난 세계 각국의 대통령과 만찬을 즐기는 듯, 일본의 어느 근사한 레스토랑에 초대라도 받은 듯, 소박한 식사와 웃음을 가족들과 나누며 잠시나마 고민을 잊고 행복에 젖었던 것이다.

이제는 닳을 대로 닳은 입맛.
식탁을 화려하게 만드는 음식들보다 빨간 옷을 입고 다소곳이 숨죽여 접시위에 앉아 있는 모습에 눈길이 가고, 날씬하게 쭉 늘어진 몸매를 보니 또 한번 눈길이 가고, 매콤하게 톡 쏘는 감칠맛이 느껴지니 이제는 손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김치가 더 좋다.
꽃의 화려함이 한때이듯 입맛도 이제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 보다 친근한 얼굴처럼 소박한 것이 더 좋은가 보다.
식탁을 화려하게 만드는 음식들은 한두 번 손길이 갈뿐 상큼하면서도 내 입맛에 꼭 맞는 김치에게 더욱 쉽게 손이 간다.
김치는 눈길을 확 사로잡는 섹시함은 없다. 그러나 식탁에서 자신의 역할만은 충실히 해
내는, 자신의 맛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녀석들과 잘 융화할 줄 아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두부, 돼지고기, 고등어, 국수, 그 무엇과 섞어 놓아도 자신을 낮추고 타인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조화롭게 한다.
또한 김치는 묵힌 시간 속에서 달콤하고 그윽한 맛도 잉태한다.
마치 현자의 돌처럼, 다양한 재료의 연금술을 통해 그 독특한 맛을 불러내거니와 그 속에선 오랜 전통과 지혜가 발효되며 만들어내는 세계가 숨을 쉬고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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