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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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멸망까지의 시계는 얼마나 움직였을까. 간혹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럴때면 심장 속에 움직이는 초침의 소리가 몹시 다급하다. 한숨 두숨 내쉬는 숨이 생존을 위한 숨인지 아니면 죽음이라는 대전제를 향해 가는 숨인지의 경계가 모호해질 무렵, 내 안의 모든 세상이 사라지는 그 순간, 혹자는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하지만 나는 사과나무를 심는 대신 팬을 드는 쪽을 택한다.
나의 인생 스물다섯 해. 짧다면 짧다고 할 수도 있고, 이제 철이 들만도 하다고 한다면 또 그럴 만 한 나이다. 어린시절의 나는 항상 형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시골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대화 보다는 항상 내 손을 잡고 돌아다니는 형이 세상의 전부였던 것 같다. 내 친구 보다는 형의 손을 잡고 형 친구들과 구슬치기도 하고 공도 차고, 술래잡기도 하고, 유독 나를 귀여워 해 주던 형 친구뻘 누나의 손길에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머리 하나만큼 키가 큰 형, 그만큼 키가 작은 것이 당연했던 동생. 내 유년기 속 향수는 그 그림동화 책 풍경 속에 있었다. 그 그림동화 속의 키가 큰 형은 바로 이번 주 일요일,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 내 손을 잡고 함께 동네를 누볐던 그 손으로 누군가의 손을 잡고 앞으로의 길을 걸어나갈 형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생각에 잠긴다.
결혼? 아직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직 나에게는 아무런 경제적인 능력도, 누군가를 책임질만한 성숙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꿈꾼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손을 마주 잡고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해서 살아갈 또 하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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