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를 통한 혼탁한 현실의 극복(황순원의 「별」, 「목넘이마을의 개」, 「독 짓는 늙은이」, 「학」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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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들과 비교하여 인간이 가진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이성(理性)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이성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을 옳게 판단하고 진위(眞僞), 선악(善惡), 또는 미추(美醜)를 식별하는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혹자는 인간을 ‘이성의 동물’이라고 정의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거 18세기에 나타난 계몽주의는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모든 인간이 무지한 전근대적 인간상을 탈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인간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자각해야만, 진정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이성의 역할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감성(感性)도 그와 동일하게 중요한 요소이다. 그럼에도 계몽주의와 이를 예술 분야에 적용한 고전주의는 감성이 인간에게 불필요하며, 이성적인 인간이 되는 과정을 방해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경직성은 자연스럽게 그 반대의 사조인 낭만주의가 나타나게 하였다. 낭만주의는 인간의 개성, 감성, 환상 등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진 비합리성을 중시하는 예술사조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필자는 황순원의 작품들이 나타내는 강한 서정성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가 낭만주의를 지향한다고 판단했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인간 사이의 교류, 휴머니즘과 그에 반하는 요소들이 대립하는 구조가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구도를 통해 발생하는 감동들은,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의 낭만주의적 작품 세계를 「별」, 「목넘이마을의 개」, 「독짓는 늙은이」, 「학」, 이렇게 네 편의 단편을 통해서 논하겠다.
첫 번째 작품인 「별」은 1941년 『인문평론』을 통해서 발표되었다. 어느 날, 아홉 살 된 사내아이는 이웃 할머니로부터 자신의 못생긴 누이가 죽은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이는 그가 자신의 어머니를 매우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후, 사내아이는 누이의 애정을 거부하고, 그녀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 과정에서 누이가 만들어 준 헝겊 각시 인형을 버렸고, 자신이 당나귀에서 떨어지자 자신을 걱정하는 누이를 외면한다. 얼마 후, 부모님의 반대로 누이는 사랑하는 남자와 이별하고, 대신 원치 않는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 후 누이는 죽게 되고, 사내아이는 누이의 부고를 듣는다. 그는 누이를 추억하며 슬퍼하지만, 끝내 죽은 어머니와 죽은 누이를 동일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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