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론(동양철학)을 통해 본 성별이분법/이성애중심주의에 균열 내기

소개글

위 대화는 이화여대 안의 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가 작년 정기 문화제때 발간한 자료집의 글 `레즈비언 딸내미와 엄마, 대화하다`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던 그들의 대화는 ‘음양의 조화’라는 개념을 둘러싼 딸과 엄마의 시각 차이로 넘어간다. 사실 안타깝게도 엄마의 말은 동성애를 둘러싼 매우 흔한 의견이다. 이와 같이 여성은 음․ 남성은 양이며 음과 양이 함께 있어야 조화를 이룬다는 동양의 유교적 음양론에 입각한 여성/남성의 이분법적 성별 규범과, 이성애만이 존재하며 옳다고 여기며 그렇지 않은 성애를 비가시화하고 낙인찍는 이성애중심주의(이성애주의 heterosexism)는 한데 뒤섞여 서로를 지지·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에서 엄연히 존재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동성애자·양성애자들을 사회적으로 비가시화하고 편견으로 차별하는 이데올로기적 기제가 되고 있다. 필자는 음양론을 여성주의적으로 분석하고 역으로 활용하여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중심주의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여성주의적 실천 이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목차

Ⅰ. 서론
Ⅱ. 음양론
Ⅲ. 대대와 변역 개념을 통해 본 ‘남녀의 조화’의 신화와 허구
Ⅳ.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중심주의를 넘어

본문내용

Ⅱ. 음양론
1. 음양론의 개념
음양론이란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동아시아권의 철학적 사고의 틀이다. 만물이 생겨나고 소멸하는 우주론적인 섭리 안에서 음(陰)은 여성적인 요소로 양(陽)은 남성적인 요소로 간주된다. 음양은 동아시아 특유의 의미 중첩 방법으로 확장되었고, 다양한 분류의 기준과 그 분류로 양분된 두 부분의 총칭이 되었다.
2. 음양론의 역사적 변천 과정
주대의 시경, 서경, 주경 등 초기 경전에서 태동한 음양 개념은 햇볕의 유무와 관련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음은 그늘을 말하며 어두움, 추움, 은밀함, 감춤 등으로 표상되었고, 양은 양지를 말하며 밝음, 따뜻함, 드러냄 등으로 표상되었다. 이는 자연 현상 자체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었고 아직 남녀에 대입되지는 않았다. 다만 춘추시대로 들어오며 하늘(天)이 생성한 6가지 기운 중의 두 기인 음/양이 남녀로 비유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때는 여자가 양물로 비유되기


영화 <헤드윅>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헤드윅은 치렁치렁한 가발을 벗고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드러내며 역시 음양의 중간 지대에 위치하는 그/녀의 남편(혹은 아내) 이치학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대대와 변역 개념을 활용하여 세상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스펙트럼과 정체성의 교차점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음양론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그 당연함으로 인해 무시 ․ 간과되어오고 외부로 밀려났던 타자의 목소리들을 듣는 여러 실천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 "동양 여성 철학 에세이", 2006, 김세서리아, 랜덤하우스 중앙
- "젠더트러블", 2008, 주디스 버틀러, 문학동네
-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 2003, 주디스 버틀러, 인간사랑
- "제 7회 레즈비언 문화제 ‘소통’ 자료집", 2009,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 위키백과 ‘음양론’ http://ko.wikipedia.org/wiki/%EC%9D%8C%EC%96%91
- 영화 "헤드윅", 2002, 존 카메론 미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