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발작] 조말선 비평

소개글

<둥근 발작> 조말선 비평문입니다

목차

1. 질문
2. ‘나’를 찾으려는 ‘나’
3. 가족
4. 아버지

본문내용

1. 질문
조말선의 시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녀의 시에는 평범한 서사적 설명이 없다. 대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징과 암호화된 것 같은 문장들만이 존재한다. 시집 <둥근 발작>에는 그 흔한 사랑타령도 없다. 시인이 글자로 쌓아올린 시라는 건축물은 어딘가 기괴하고 위태로워보여 우리는 출입구를 찾아 해매거나 발견한 출입구로도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무의식의 세계를 그려낸 것 같은 시인의 시에서 대부분 화자는 ‘나’로 나타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목소리는 바뀌지 않는다. 화자의 의식이 곧 시인의 의식이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시에 자주 등장하는 사물과 아버지, 식물 등과 같은 소재들은 그래서 시인의 삶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들이라 여겨진다. 자연히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속성을 갖게되기 마련이다. 시인만의 독특한 체험에서 얻어진 감상을 불특정 다수인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선 서사적 설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그녀의 시에서 서사적 설명은 찾아 볼 수 없다. 이 점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시는 개성적인 삶의 경험과 사고(思考)로 빗어낸 이해하기 힘든 혼잣말인 것일까.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다. 모든 문학에서 그 시작점에 놓이는 정체성에 관한 의문들이 시집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시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가진 질문이며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2. ‘나’를 찾으려는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대부분 어떤 방식으로든 우회하거나 혼란스러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런데 조말선의 시에서는 그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처럼 그려진다.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보다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가 더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달칵, 불 위에 압력솥을 올렸다 달칵, 잠금장치가 분량
의 나를 잠갔다 달칵, 잠금장치가 여분의 나를 풀었다 나
는 안이 되었다 나는 밖이 되었다 잠긴 나와 풀린 나는
조리되었다 잠긴 나는 한없이 긴장하였다 풀린 나는 한
없이 이완하였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