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태평천하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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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태평천하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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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태평천하」

추석이 지난 후라 가을해가 쉬 저물어 가는 날, 계동의 이름난 부자 윤 직원(直員) 영감이 어디 외출을 했다가 인력거를 타고 오다 막 자기 집 앞 문에서 내렸다. 오늘 이 인력거꾼은 일수가 매우 좋지 못한 날 인 것 같다. 평지로 인력거를 끌고 오더라도 힘에 부쳤을 텐데 경사진 길을 100Kg에 달하는 거구 영감을 싣고 온 것은 하찮은 직업의 인력거꾼의 직업적 단련으로 겨우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력거꾼이 가뿐 숨을 몰아 쉴 여유도 없이 거중한 자기가 내리는데 부축하지 않는다는 야단에 거들어 주었다. 인력거에서 내려 선 윤영감은 염낭 끈을 풀면서 인력거 삯을 묻자 인력거꾼은 알아서 주십사 얘기하니 윤영감은 그냥 가라 한다. 인력거꾼은 외상으로 하고 나중에



종학이 그 놈의 사회주의에 참예를 해서 그런다는데 작년 여름방학에 나왔을 때 그런 기미가 좀 보였다고 하자 참말이구나 하면서 고함을 지른다.
윤영감은 성난 황소가 영각하듯이 고함을 질렀다.
“화적패가 있너야아? 부랑당 같은 수령들이 있너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넌다 지내가고오..... 자 부어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 만명 동병을 히여서, 우리 조선 놈 보호하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하게 살 태평 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외지 가 떵떵거리구 편안하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한단 말이여, 으응?”
연해 부르짖는 죽일 놈 소리가 차차로 사랑께로 멀리 사라집니다. 그러나 몹시 사나운 그 포효가 뒤에 처져있는 가권들의 귀에는 어쩐지 암담한 여운이 스며들어, 가뜩이나 어둔 얼굴들은 면면상고,말할 바를 잊고, 몸둘 곳을 둘러보게 합니다. 마치 장수의 주검을 만난 군졸들처럼...(242)
낱말풀이
(1) 빗밋이: 비스듬히.
(2) 몸메: 돈쭝, 무게의 단위를 가리키는 일본어. 관(貫)의 1천분의 1.
(3) 휘뚝휘뚝하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자꾸 흔들리는.
(4) 거판지다: 거방지다, 허위대가 크고 행동이 무게가

참고 자료

채만식, 태평천하, 혜원출판사,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