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해의 박돌의죽음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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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해의 박돌의죽음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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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훨씬 넘은 밤, 여름밤이지만 쌀쌀한 기운이 도는 새벽이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둠 때문에 분간할 수 없는 그림자가 동계사무소 앞 골목을 뛰어나온다. 고요한 새벽이어서 쿵쿵하는 발소리는 퍽 산란하여 동네의 개들이 연달아 짖어댄다. 뛰어나온 그림자는 서너 집 내려와 큰 대문 앞에 서서 문을 열어 주라 외친다. 소리는 매우 급해 보이나 가늘고 챙챙한 것이 여자인 듯하다.
연거푸 애처롭게 울려대는 소리에 선잠 깬 아낙의 소리가 들린다. 급한 병이 있어 초시를 찾는다는 소리에 컴컴하던 집안이 불빛이 가물하더니 ‘에헴’ 하는 사내의 기침소리가 들리고 ‘으앙’ 하는 아기 울음 소리와 함께 대문 빗장이 열리며 아낙이 나온다. 그제야 서로 알아보고 웬일이냐고 묻는 소리에 박돌이 아파서 왔다고 얘기한다. 주인 여편네는 기다리라며 안으로 들어가며 몹시 쌀쌀맞게 캥캥 소리를 지른다.

“저두에 파충댁이로구마! 의원이구 약국이구 걷어치우오! 잠두 못 자게 하구!”(32쪽)

안으로 들어 간 후 한참 후에 사내의 들어오라는 소리에 밖에 섰던 여인이 들어 가니 방안의 약 냄새는 코를 찌른다.
그러나 뚱뚱하고 기름이 반질한 김초시는 어제부터 아파서 바깥출입을 못하고 있다며 안 나오는 기침을 억지로 끄집어 가래를 뱉으며 갈 수 없다 거절한다.

“그게 애비 없이 불쌍하게 자란 게 죽어서 쓰겠소? 그저 초시에 목숨이 달렸으니 살려주오”
“별말을 다 하오. 내 염라대왕이니 목숨을 쥐고 있겠소? 글쎄 하늘이 무너진대도 못 하겠소”
“제발 살려 줍시오. 네? 그 은혜를 뼈를 갈아서라도 갚아 드리오리! 네 어서 가 봐 주오”
“글세 못 가겠는 거 어찌 하겠소? 이제 바람을 쏘이고 걷고 나면 죽게 앓겠으니, 남을 살리자다가 제 죽겠소”
“가기는 어디를 간단 말이요? 어제헤르, 그래. 또 밤새끈 알쿠서리.”(33쪽)

약이라도 지어 달라 사정해 보지만 약종이 부족해서 지어 줄 수 없다 딱 잡아떼니 돼지새끼를 장에 내다 팔아 돈을 가져 다 준다고 하여도 끄덕하지 않았다. 박돌이가 죽는다며 애참하게 울어보나 김초시는 곤하다며 나가주길 재촉하고 여인의 눈에선 섬듯한 불빛과 함께 돈 없다 시비 보지마라는 소리에 의사의 가슴이 끌끌하다.
여인은 가고 주인여편네는 거렁뱅이들에게 약을 주면 돈을 받지 못한다며 약을 주면 약장을 도끼로 부수겠다 으름장을 놓자 김초시도 절대 주지 않겠다며 확답하고 자리에 누우나 뒤숭숭 잠이 오지 않는다.

참고 자료

최서해, 박돌의 죽음, 학원,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