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를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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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예배 시작 서너 시간 전부터 내 일은 시작된다. 점심과 친교를 위한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것이 내 일이다. 9시에 나는 습관적으로 TV를 켜고 채널을 AFKN에 맞춘다. 미국에 있는 몇 교회의 예배실황 녹화가 그 시간대에 몰려 있어 좋다.
두어 주나 되었을까, 부산하니 TV 앞을 지나다니는데 어떤 한 마디가 귀에 꽂힌다.
“Satan! You can`t stop it!”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고정한 화면에 방금 들은 말이 문자로 쓰인다. 내가 영어 설교를 시원하게 들을 줄은 모르지만, 이 말 만큼은 틀리게 듣지 않았다.
‘사탄아, 너는 그 짓을 결코 그만둘 수 없단다.’
순간적으로 그 문구는 나의 뇌리에 각인되어버렸다.
흔히 처녀 귀신, 몽달 귀신, 객귀, 마귀 등의 여러 가지 이름으로 표현되는 영적인 존재를 두고 교회에서는 사탄이라고 부른다. 영적인 존재라는 것은 몸이라는 유기체가 없으면서도 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격체라는 말이다.
기독교 교리에서는 사탄을 두고 이렇게 설명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만들었다. 하늘과 땅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나서 마지막으로 인간을 만들었다. 신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줄 만한 존재로 인간을 만들었던 것이므로 모든 피조물 가운데 인간을 끔찍이 사랑했고 인간도 신의 기쁨이었다. 그런데 사탄이라는 영물이 신과 인간의 사이에 흠집을 내려고 작정하고 나섰다. 그의 계획은 성공하여 인간은 하나님을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인류 불행의 근원이다.
사탄은 조물주 다음으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을 오로지, 신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힘쓰는 인간의 모든 노력을 훼방하는 짓에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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