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눈이 온다... 논개

소개글

논개라고 하면 교과서나 위인전에서 왜장을 안고 물에 뛰어든 기생이라 나와 있었고, 그보다 더한 무엇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굳이 그런 구닥다리를 소설로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은 더구나 없었다. 그런데 마치 보자기처럼 곱게 보이는 표지가 참 갖고 싶었다. 그렇게 논개를 읽으면서 문득 깨달은 것은, 난 논개를 많이 들은 것에 비해서 거의 모르고 있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물속에 눈이 온다. 사납게 숨구멍을 틀어막으며 짖쳐 드는 물속에서도 이팝나무 꽃마냥 너즈러지는 그것을 본다. 걸음마를 가르치는 아비의 손끝을 잡으려 안타깝게 내미는 돌쟁이의 손등에, 물 일에 시달려 메밀 자루를 맨손으로 뒤진 듯 거칠어진 계집애의 손등에, 굵은 마디가 부끄러워 모지라진 치마 뒤로 감춰 숨기던 숫보기의 손등에 잠깐 머물렀다 녹아 들던 눈, 분분히 내리는 서러운 설이(雪異). 침침히 시야를 가리며 눈이 내린다. 눈물 같은 눈이 흩날린다. 짧은 생의 기억들이 사금파리처럼 부서져 반짝인다.’ – 16 page.

‘덜미잡이로 끌려가 덤불 숲에 뒷머리를 찧을 때 강간범의 어깨 너머로 시근덕거리던 것은 그녀를 능멸하고 모욕하려 덤벼드는 세상 그 자체였다. 그들은 정조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빼앗으려 하였다. 꽃을 보면 꺾고 싶은 것이 사내의 심정이라지만 그들이 정복하려는 것은 여인의 색향만이 아니었다. 미색과 박색, 숙녀와 유녀를 가리지 않고 다가들어 후리려는 마음보에는 자신보다 약하고 힘없는 존재들에 대한 경멸과 약탈의 충동이 깃들어 있었다.’ - 287 page.

전쟁이 났을 때 여자들은 참 비참하다. 죽는 편이 날까? 하지만 그러면 아이들은? 늙은 어머니와 힘없는 아버지는 어떡하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은 차라리 사치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먹어야 산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전쟁이 참혹할수록 여자의, 어미의 손을 필요한 곳은 차고도 넘친다. 그래서 여자는 더 강해진다.

참고 자료

논개
김별아 지음 | 문이당
ISBN : 9788974563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