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감상문

소개글

영화 `중경삼림`을 보고 난후의 감상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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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며 양조위의 집 안에서 뛰고, 춤추며 자유분방한 시간을 보내는 아비의 모습. 그 아비의 모습이 아직도 내 눈가에 선해서, 그 모습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베인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을 보고서 내 머릿속에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4명의 젊은이의 사랑.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여타 다른 영화처럼 아기자기한 사랑의 모습이나 아슬아슬한 이별의 위기, 또는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이별의 순간 등 4명의 남녀사이의 치밀한 심리묘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이 4명의 젊은이들 사이의 관계의 개연성 또한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그저 패스트 푸드점 앞에서 모이고 또 헤어지는 수많은 군상들 속의 하 나 하 나 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2개의 에피소드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없다. 영화를 볼 당시에는 몰랐는데 다 보고나서 이렇게 글을 쓰려고 하니 문득, ‘표면상 남자 주인공이 두 명으로 나눠져 있지만 그 둘은 하나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실연의 아픔을 안고 있었고 실연으로 인해 내면에 아픔과 외로움을 안고 있는 듯이 보였다. 첫 번째 남자 주인공은 홀로 수화기를 들고 수화기 너머에는 아무도 그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이 없지만 그는 그 자신의 내면과 통화를 한다. 하지만 그런 통화는 그의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없다. 두 번째 주인공 역시 집안에 있는 비누, 수건, 인형 등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한다. 외부 관계와의 단절, 외로움의 극단적인 표현, 내면세계의 성찰. 이러한 모습들에서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가 느껴져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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