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당신들의 대한민국] 민족과 국가편

소개글

박노자,「당신들의 대한민국」(겨레신문사, 2002) 책
- 민족주의에 대한 몇가지 생각
- 한국 민족주의의 진면목, 국가주의
부분에 대해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목차

1. 민족주의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위로부터 강요된 민족주의
▶‘우리’라는 초대형 담론
▷ 민족주의라는 ‘상징 기제’
▶ 민족 만들기
▷ 강요된 ‘집단 언어’를 넘어서

2. 한국 민족주의의 진면목, 국가주의
▶ 특권층의 계급적․극우적 배타주의는 아닌가
▷ 혈통주의를 부정한 재외동포법
▶ 자본주의적 국가주의
▷ 우방의 편의와 국익을 위해서

본문내용

1. 민족주의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위로부터 강요된 민족주의
최근 과거를 재조명하는 사극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대한민구에서는 ‘사극’이라는 특별한 드라마 장르가 있으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도 꽤 좋은 편이다. 하지만 ‘올시다’와 ‘옵소서’를 잘도 붙이는 사극 속 주인공의 대사에 사실 조선시대에는 쓰이지 않았던 단어가 매우 많다. 국경(조선시대 문서의 강역(疆域)), 고발(조선시대의 발고(發告)), 변명(조선시대의 변백(辨白))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단어 대부분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어로 옮겨왔다는 사실을, 적어도 학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제작진은 요즘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요즘 말로 대사를 짜자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사극의 언어를 ‘진짜 그 때 언어’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왜 ‘그때의 진짜 언어’가 요즘 말과 일치할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냐하면 ‘과거도 현재와 대충 비슷하다’는 것이 대부분 비전문가들의 역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편안하고 안일하게 ‘비슷하겠지’라는 식의 생각과 우리의 습관이 ‘민족주의’와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 관계는 아주 간단하다. 약 100년 전에 일본어를 거쳐 조선어와 중국어에 들어온 ‘민족’이라는 ‘nation’의 번역어도, ‘민족’이나 ‘민족주의’ 개념도 극히 최근의 일이다. 조선 전근대의 풍토나 전통과의 관계는 희박한 극히 근현대적인 현상이다. 즉, 민족주의라는 것은 ‘원래부터 있어 온 것’도, ‘밑에서부터 우러나온 것’도 아니다. ‘위에서부터’ 교육제도와 매체를 통해 주입되고 강요돼 온 것이다. 그리고 민족주의에서 파생된 극우반공이데올로기가 현대적 극우와 관계없는 김유신이나 이순신을 제멋대로 ‘모범적인 인물’로 선정하듯, 더 넓은 민족주의적 담론은 ‘민족’이나 ‘민족주의’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조선의 과거를 ‘민족․민족주의’ 일색으로 덮어버린다.
민족주의 주입을 주 업무로 삼는 교육제도도, 민족주의를 이용해 여론을 주도하는 보수언론도, 넓은 의미에서 조상의 문화에 대한 ‘배신’ 내지 ‘도행’을 감행하고 있다. 몇 해 전 국수주의와 상업주의를 아주 완벽하게 겸비한 한 작가가 박정희를 싫어했던 재미 물리학자를 박정희가 벌인 핵 모험의 주인공으로 하는 내용의 소설을 내놓았다. 물론 이 내용은 거짓이었고 작가는 이와 관련된 고초를 겪었다. 동시대 인물을 ‘민족주의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도 그 물리학자에겐 명예를 지켜줄 사람들이 있었지만 과거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과거는 ‘민족주의화’하기에 아주 적합한 대상이 된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