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서평

소개글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서평입니다. 시집의 주된 분위기나 시의 양상 등을 분석하고 간단하게 살펴본 리포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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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요절은 일종의 최면이다. 그것이 환기하는 심리나 정서는 강력하다. 젊은 시인의 요절이라는 치명적인 매혹은 청춘을 이끈다. 아, 야심한 밤 종로 심야극장에서의 돌연사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죽음인가.
영화 같은 시를 쓰고 영화처럼 생을 마감한 시인 기형도. 그는 1960년에 태어나서 1989년 3월 7일에 죽었으니, 그의 죽음은 요절이란 말 이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죽음이었다. 1980년대 상처 입은 많은 청춘들에게 알 수 없는 위안을 안겼던 그의 시는,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우울과 고통을 간직한 채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로한다.
흔히 시인의 삶이 비범한 경우 시와 시인의 삶은 하나의 동일한 텍스트로 읽혀지는 경향이 있다. 기형도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29년의 짧은 생을 살다간 그의 삶은 그 자체로서 독자에게 한 편의 시로 읽혀지게 된다. 조병춘, 「국문학 : 기형도의 시 연구」, 『새국어교육』, 한국국어교육학회, 2003.
기형도는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셋째 누이를 사고로 잃는 등 가난과 함께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의 시에는 어둠과 우울, 고통이 짙게 깔려있다. 자기의 가장 밑바닥까지 침잠해, 그곳에서 가장 잔혹한 진실을 발견하려 했던 것일까. 기형도의 시 세계는 종종 ‘도저한 부정성’, ‘실존의 우울’, ‘상실의식’, ‘극단적인 비극적 세계관’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김현은 기형도의 시 세계를 “나는 기형도의 시가 아주 극단적인 비극적 세계관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그것은 도저한 부정적 세계관이다. 그의 시가 보여주는 부정성을 그 이전에 보여준 시인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아무리 비극적인 세계관에 침윤되어 있더라도, 대부분의 시인들은 낙관적인 미래 전망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성복이 그렇고, 황지우가 그렇다. 그런데 기형도의 시엔 그런 낙관적인 미래 전망이 거의 없다.” 김현, 「영원히 닫힌 빈방의 체험」,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 지성사, 1989, p.154.
라고 표현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시집에서, 기형도는 일상 속에 내재하는 폭압과 공포의 심리 구조를 추억의 형식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로테스크 현실주의로 명명된 그의 시 세계는 우울한 유년 시절과 부조리한 체험들의 기억들을 기이하면서도 따듯하며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시 공간 속에 펼쳐 보인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기형도의 시 세계를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들을 몇 작품 선정하여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참고 자료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89.
김현, 「영원히 닫힌 빈방의 체험」,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 지성사, 1989.
이영섭, 「어둠과 고통의 시학 -기형도 시 연구-」, 『한국문예비평연구』제2권, 1998.
조병춘, 「국문학 : 기형도의 시 연구」, 『새국어교육』, 한국국어교육학회, 2003.
진영미, 「지친 것들을 구원해 줄 수 있는 자연(自然) -기형도 시 세계-」, 『반교어문연구』 제15집,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