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고전]택리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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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여진과 조선의 경계에 있어 온 나라의 눈썹처럼 되어있다. 산위에는 큰 못이 있는데 둘레가 80리이다. 그 못 물이 서쪽으로 흘러 압록강이 되고, 동쪽으로 흘러 두만강이 되었으며, 북쪽으로 흐른 것은 혼동강混同江 혼동강 混同江:흑룡강과 송화강이 만주 길림성 동강현 북쪽에서 합류하는데 그 하류지점을 혼동강이라 한다
인데, 두만강과 압록강 안쪽이 바로 우리 나라이다.
온나라의 물은 철령 등성이 너머 북쪽 함흥에서 남쪽 동래까지 모두 동쪽으로 흘러서 바다로 들어간다. 철령 서쪽은 북쪽 의주에서 남쪽 나주에 이르기까지 물이 모두 서쪽으로 흘러서 바다로 들어가는데 크면 강이요, 작으면 포구와 항구로서, 이것이 우리나라 산수의 대략이다.
옛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노인형지세에, 해좌사향亥坐巳向이어서 서쪽으로 얼굴을 들어 중국에 읍하는 상이므로 예부터 중국과 친근하다 하였다.

남쪽은 설안산雪嶽山과 한계산寒係山이다. 역시 돌산.돌샘이며, 우뚝하게 뛰어나고 깊숙하고도 싸늘하다. 겹쳐진 묏부리와 높은 숲이 하늘과 해를 가렸다. 한계산에는 만 길이나 되는 큰 폭포가 있는데, 옛날 임진壬辰년에 당나라 장수가 보고서 여산폭포廬山瀑布 여산폭포廬山瀑布: 중국 강서성江西省 구강현九江懸 남쪽에 있는 폭포
보다 훌륭하다 하였다.
또 남쪽은 오대산五臺山인데, 흙산이며 천 바위. 만 구렁이 겹겹으로 막혀져 있다. 가장위에는 다섯 축대가 있어 경치가 훌륭하고 축대마다 임자 하나씩이 있다.
태백산과 소백산 또한 토산이지만, 흙빛이 모두 수려하다. 태백산에는 황지潢池라는 훌륭한 곳이 있다. 산 위에 들판이 펼쳐져 두메 백성들이 제법 마을을 이루었다. 화전을 일구어 살고 있으나 지세가 높고 기후가 차가워서 서리가 일찍 내린다. 그러므로 주민들은 오직 조와 보리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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