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자감상

소개글

연극을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은, 영화관에 들어설 때와는 다른 짜릿함이 있다. 이미 펼쳐져 있는 무대. 희멀건 스크린만이 걸려있는 허무한 영화관과 달리 연극무대는 이미 눈앞에 꽤 구체적인 형태로 세워진 채 입구에 들어서는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처럼 거대한 스크린에서 쏟아져 나오는 광고를 보지 않아도 연극을 기다리는 시간은 심심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즐겁다. 온통 검게 칠해진 공간 속, 나는 오직 관객석에만 켜진 노란 조명 아래 앉아, 아직 어둠 속에 ‘갇혀있는’ 무대 위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가를 상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연극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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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컸던’ 극장, 아룽구지
그러나 내게 ‘아룽구지가 큰 극장’으로 다가온 것은 첫 느낌으로 끝났어야 했다. 무대에서 극이 공연되면서도 나는 ‘아룽구지의 무대는 크구나’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객석이 차고 안 차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빛이 무대로 옮겨가는 순간 객석은 어둠이 되고 무대와는 별개의 세계가 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두 세계 간의 소통이 전무하다는 얘긴 아니다).
문제의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일단 ‘소품’에 있었다. 나를 기준으로 왼편에 놓여있던 평범한 탁자와 의자 몇 개, 탁자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책 몇 권은 극중에서 그다지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음에도 무대에서 상당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어떤 배우도 그 탁자에 볼 일이 없음에도 계속 조명을 받으니 눈에 ‘거슬렸다’. 왜 그 자리에 ‘그것들’이 계속 있어야 했을까? 예를 들면 딸이 잘 웃고 활발했던 과거로 돌아갔을 때 탁자와 오른편의 거울 딸린 화장대는 그 장면에서는 없어도 되는 소품이 아니었을까?
‘무대 위에는 꼭 필요한 것만을 남겨주는 센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의도된 바가 아니라면 같은 장소에서 있던 물건이 없어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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