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의 남들이 시를 쓸 때, 기댈 곳이 없어 죽음은, 어둠의 힘

소개글

오규원 시인의 위 세가지 시에 관한 시평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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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좋은 시란 무엇인가? 감상자가 이해하기 쉬운 시 혹은 어려운 시인가? 물론 나의 입장에서는 쉬우면서도 머리를 세차게 관통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시가 좋다. 오규원의 시는 언뜻 보아서는 안 될 정도로 심오한 면이 있다. 그래서 시를 읽을 때마다 ‘ 난 이 정도 밖에 안 되나보다’ 라는 좌절감이 들곤 했다. 시를 창작하거나 감상할 때, 그 주체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까? 이번에 읽었던 <남들이 시를 쓸 때>, <기댈 곳이 없어 죽음은>, <어둠의 힘>이라는 세 시는 바로 앞의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첫 번째 시인 <남들이 시를 쓸 때>를 살펴보자. 여기에서는 오규원 자신이 시를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첫째 연에서 그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잦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은 잠에 빠지지 않고, 주변의 것들만 잠에 빠진다. 시 속의 시인은 주변의 것들이 잠을 자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시 창작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셋째 연에서 그는 자신의 시가 조그만 충격에도 다른 소리를 낸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것이 민망한 일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곧 남들이 사물을 보는 자세와 자신이 사물을 보는 자세가 다름을 의미한다.
다음의 연에서부터 시인의 시 창작 태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넷째 연에서 여섯째 연까지 자신의 잠과 남의 잠을 비교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신과 남의 시 창작 태도를 잠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의 잠이 평화롭고 그것이 꿈이라는 것은 시를 쉽게 쓰는 자들에 대한 시인의 냉소적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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