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황석영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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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낯익은 세상" 장편소설에 대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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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세상
-황석영 장편소설-
공간에서 공간으로 살에서 살로 시간을 초월하듯 우리의 삶들은 치열하게 이어지고 축적된다. 그리고 거대하고 기계적인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세상을 작가가 "매트릭스"라고 표현한 것처럼 세상의 부조리는 언제나 삶의 실존적인 물음을 동반한다. 삶의 생존을 위해서 정(情)이 떨어져 나가고 버려지는 물건들과 음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겐 삶은, 어긋남의 형상뿐이고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은 그저 연속성의 문제이다.
우리가 매일 매일 버리는 쓰레기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있었던 걸까! 그곳은 낯익은 풍경 속의 또 다른 낯선 세상이었다. 내가 매일 버리는 라면봉지와 휴지 조각은 나의 손을 떠나는 순간, 인형의 부러진 다리 조각처럼 굴절된 모습으로 쓰레기 매립장에선 또 하나의 낯선 세상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남들처럼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쓰며 열심히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는다. 그런 고민의 근본에는 내가 `일꾼`의 자세가 되어있는가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꽃섬`이라 불리는 쓰레기장에서 나온 음식으로 끓인 일명 `꽃섬탕`을 먹으면서 `먹구사는 법`을 배워가는 딱부리에게 그것은 진정한 배움이 되었을까? 그동안 내가 쓰레기봉투 안에 우겨넣었던 온갖 쓰레기들이 떠오르면서 그것들을 주우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자 뒤통수를 심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직 버리지 못한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햄, 곰팡이가 피어 버린 마른반찬들이 들어있는 나의 냉장고가 떠올랐고, 이 음식들을 버리면 어디선가 `꽃섬탕`으로 만들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나는 `먹구사는 법`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져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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