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S 02 paradigm shift by microorganism

소개글

모순이다. 미생물은 내게 모순이다. 부재하되 존재하고, 존재하는 아름다움이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생물학의 공고한 체계와 고배율 현미경의 예리한 이미지는 이러한 사변의 여지를 허하지 않는다. 존재는 존재하고, 부존재는 부재한다. 실로 명쾌하다. 과학의 미덕이다. 이로써 인식과 사실, 감각과 현상, 그리고 주관과 객관 사이의 충돌이 일어난다. 나는 모순을 통해서만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과학의 명료한 가르침으로 인해 나의 세계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명료함이 모순과 역설, 그리고 불확실성을 초래하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히 미생물은 불변의 사실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모순, 역설, 불확실성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는 모두 인식과 사색의 산물이다. 그런데 나의 인식의 지평이 곧 세계의 외연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실상 이 공간은 본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원래 이런 곳이었다.’ 오만함 - 모순과 역설과 불확실성을 초래한 것은 명료함이 아닌 오만함이다. ‘고등생물’로서의 인간이라는 자각, 문명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는 발상, 인류의 사용을 위해 예비된 자원으로서의 자연이라는 개념.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부른, 관념과 실제의 충돌이다. 우월한 존재, 의지에 따라 무엇이건 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찬양하다가 그간 내게 부재하였던 - 보이지 않았던 - 세계를 발견하여 충격을 받은 꼴이다. Paradigm shift. 이 현상을 아우르기에 적합한 표현이다. 정치학에서는 지배적 국가와 도전 국가 간의 국력이 비등해지는, 그래서 체제의 혼란이 가중되는 시기의 국면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사전적으로 paradigm은 ‘특정 영역·시대의 지배적인 과학적 대상파악의 방법’을 뜻한다. 미생물의 존재 발견과 이에 대한 인식을 통해 그간의 자연에 대한 관념과 새로운 발견이 대립각을 세우고, 그와 함께 자연이라는 대상을 파악하는 방법도 변화해 간다는 의미에서 paradigm shift는 이 맥락의 적절한 표현이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하지만 분명히 미생물은 불변의 사실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모순, 역설, 불확실성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는 모두 인식과 사색의 산물이다. 그런데 나의 인식의 지평이 곧 세계의 외연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실상 이 공간은 본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원래 이런 곳이었다.’ 오만함 - 모순과 역설과 불확실성을 초래한 것은 명료함이 아닌 오만함이다. ‘고등생물’로서의 인간이라는 자각, 문명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는 발상, 인류의 사용을 위해 예비된 자원으로서의 자연이라는 개념.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부른, 관념과 실제의 충돌이다. 우월한 존재, 의지에 따라 무엇이건 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찬양하다가 그간 내게 부재하였던 - 보이지 않았던 - 세계를 발견하여 충격을 받은 꼴이다.

Paradigm shift. 이 현상을 아우르기에 적합한 표현이다. 정치학에서는 지배적 국가와 도전 국가 간의 국력이 비등해지는, 그래서 체제의 혼란이 가중되는 시기의 국면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사전적으로 paradigm은 ‘특정 영역·시대의 지배적인 과학적 대상파악의 방법’을 뜻한다. 미생물의 존재 발견과 이에 대한 인식을 통해 그간의 자연에 대한 관념과 새로운 발견이 대립각을 세우고, 그와 함께 자연이라는 대상을 파악하는 방법도 변화해 간다는 의미에서 paradigm shift는 이 맥락의 적절한 표현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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