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좋은 강호 땀에 젖은 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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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 좋은 강호 땀에 젖은 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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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 좋은‘江湖’=땀에 젖은 ‘田園’>
1. 체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누군가가 무엇을 권할 때, 삼 세 번을 사양하라는 말이 있다. 남의 집을 방문 했을 때, 음식을 제공받을 경우, 그 음식을 끝까지 다 먹지 않고 조금 남겨 두는 것이 ‘겸양’이라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에는 ‘체면’이라는 문화가 있어 사람들의 행태에 꽤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화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조선왕조 오백 여 년 동안 우리 사회를 쥐어 잡고 있던 ‘성리학’으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성리학에서는 개인의 욕망, 때에 따라서는 작은 의사 정도까지를 있는 그대로 내어 보이는 것을 죄악시 여긴다. 성리학에서 제시하는 최고의 인간상인 ‘군자(君子)’는 그 어떤 욕망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이겨내는(克己), 나아가 ‘인(仁)’을 실천하고 깨달음을 얻는 인간이다. 따라서 한결같이 ‘위기지학(爲己之學)’의 가르침을 따라 성인군자가 되고자 하는 조선의 사족들은 한 평생을 글을 읽고 수양하며 정진한다. 이러한 사회 전체적 이상향은 반대로,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자, 또는 그 노력을 게을리 하는 자들에 대하여 엄격한 태도를 보이는 양상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이 대열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이 남들에 의하여 보여 지는 모습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었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조선 시대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사적인 욕망을 비롯한 사소한 감정 따위를 표현하는 등의 행위를 금기시 여기는 풍조가 생겨났고, 누가 더 ‘군자스러운’가에 대한 경쟁이라도 하듯이 서로 간에 체면을 차리는 일을 중요시 여기는 풍조가 자연스러워 지게 되었다. 일면 가식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러한 문화는 사회 구성원간의 예의를 지키고, 문란한 풍속을 방지하는 데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을 것이나, 반대로 그 양상이 너무 과열된 나머지 허례(虛禮)와 허식(虛飾)을 쫓아 실질적인 부분에 힘을 쏟지 못하고 사회전체의 발전을 저해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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