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불속(라쇼몽), 사회적 진실의 허구성

소개글

덤불속 주인공들의 주장(다죠마루의 자존심, 여자의 정절, 사무라이의 명예)를 통해 바라본 사회적가치 및 사회적 진실과 이에 대한 인간의 선택적 지각과 주관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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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중요한 것은 덤불 속에서 일어난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 ‘당사자의 사실에 대한 접근 방법과 수용방법의 다양성, 그리고 감정에 의해 하나의 사실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가’이며 이러한 ‘기억의 주관성’이 소설의 주제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의 주관성’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왜곡된 주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옳다고 믿는 대상, 즉 ‘사회적 진실’에 대한 함정이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든, 덤불속사건은 세 사람이 내새우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와 진실 사이에서 충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 내에서 다죠마루는 도둑으로서의 ‘자존심’을, 희생된 남자는 사무라이로서의 ‘명예’를, 그리고 여자는 ‘정절’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각각의 사회적 가치에 맞추어 의도적으로 진술을 수정한다.

소설은 이를 3인칭 시점의 포청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절대적 진실이 모호한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만약 내가 소설 속 포청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든 ‘사회적 진실’의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상기할 수 있다.

가령 어떠한 독자가 ‘여자의 진술’에 진실성을 느꼈다고 가정한다면, 이러한 판단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와 그 시대가 중요시하는 사회적 가치, 그 중에서도 그 독자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정절’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또 하나의 ‘사회적 진실’로서 작용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듯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덕목들, 그리고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규범들을 ‘진리’이며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른다. 결국 등장인물들이 기억의 재구성 과정에서 적용되어진 주관성처럼 우리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또는 사회가 요구하는 잣대을 통해 세상을 지각하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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