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이지혁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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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대의 엘리베이터》는 1957년 당시 25세였던 루이 말 감독의 데뷔작으로 누벨바그 운동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영화라고 한다. 누벨바그(Nouvelle vague)란 침체에 빠진 프랑스 영화계에 신선한 발상과 표현 양식으로 새 바람을 몰고 온 풍조를 지칭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자연스럽지 않고 정해진 틀 안에서만 움직이는 느낌, 중간 중간 깔려있는 복선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느낌,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음악이나 영상미가 좋아서 돋보이는 영화가 되었다는 느낌이다. 다시 말해 배경으로 깔린 음악과 흑백의 아름다움이 잘 살아있는 영상미가 없었다면 뻔하고 지루한 내용만 가득한 그저 그런 영화로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예측 가능한 방향은 늘 일정한 습관이 된다. 그래서 나는 그 정반대로 사고해왔다. 나는 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혼란스러워 하길 바란다.”
루이 말 감독의 말이다. 내가 본 루이 말 감독의 영화가《사형대의 엘리베이터》뿐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 영화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너무 예측 가능한 요소가 많아서 혼란스러워졌다는 생각이다.
영화의 시작은 인상적이었다. 플로랑스의 클로즈업된 얼굴로 시작된 영화는 쥴리엥과의 통화 장면을 배경음악 없이 긴박해 보이는 두 배우의 연기만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나서 재즈음악이 나오고 두 사람의 통화는 계속 된다. 하지만 이 이후로부터 지나친 우연성의 연속에 집중도를 떨어트리는 느낌이 들었다.
쥴리엥이 계횐된 일을 실행하기 위해 비서에게 갔을 때 전화가 오고 비서가 카라라 사장과 대화를 하면서 쥴리엥에게는 카라라 사장과 통화할 때 비서와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생겼고, 쥴리엥이 사장을 총으로 살해했을 때, 비서의 연필 깎는 소리에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쥴리엥이 줄을 타고 내려올 때, 자신의 사무실에서 들리는 전화소리에 급히 오면서 줄을 처리하지 못하고 사무실로 들어오게되고, 그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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