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소설>프란츠 카프카-단식광대 (The Hunger) 번역본

소개글

프란츠 카프카 단편 중에서 가장 회자되고 텍스트로 선정되는 횟수가 잦은 번역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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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지난 수십 년 동안 단식 광대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이런 종류의 공연을 독자적으로 크게 벌여 흥행에 성공할 수도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불가능하다. 그때는 시대가 달랐던 것이다. 당시엔 온 도시가 단식 광대에게 관심을 가졌다. 단식이 진행될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커져만 갔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누구나 단식 광대를 보려고 했다. 나중엔 창살 달린 작은 우리 앞에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있는 예약자들까지 생겨났다. 밤에도 사람들은 그 광대를 구경하러 왔고 그러면 효과를 높이기 위해 횃불이 밝혀지곤 했다. 화창한 날에는 우리가 바깥으로 옮겨졌는데, 그럴 때 단식 광대는 특히 아이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어른들에게 단식 광대는 유행 따라 한 번씩 구경 가는 흥밋거리에 불과했지만 아이들은 놀라서 입을 벌린 채 안전을 위해서인 듯 손을 꼭 잡고 바라보았다. 단식 광대는 창백한 모습으로 검정 트리코를 입고 늑골이 튀어나온 채 안락의자조차 거부하며, 흩뿌려 놓은 짚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힘겹게 미소 지으며 질문에 대답을 하곤 했고, 사람들이 그가 얼마나 말랐는지 만져 볼 수 있도록 창살 사이로 팔을 내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다시 내면으로 완전히 가라앉아 누구에게도, 우리 안의 유일한 기구이자 그에겐 무척 중요할 시계 소리에조차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는 거의 눈을 감은 채 앞만 바라보았고 가끔씩 작은 유리잔의 물을 홀짝거리며 입술을 적실 뿐 이었다.
오가는 구경꾼들 말고도 관람객들이 뽑아 놓은 고정 감시인들도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대개 도축업자들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세 명씩 밤낮으로 단식 광대를 지켜보는 임무를 맡아, 혹시라도 단식 광대가 몰래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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