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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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물론 이 책을 접하기 전부터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사랑에 필요한 사사로운 기술이나 조건을 설명하는 책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음에 있어서 뭔가 도움이 될 만하지 않을까 싶어 설레는 마음을 가득안고 책을 접하였다. 책을 펴고 부푼 마음을 부여잡으며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순간, 약간의 실망감이 아니 실은 약간이라 할 수 없을 만큼의 기운이 싹 빠져버렸다. 사랑에 필요한 뼈와 살이 되어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사랑을 하기에 앞서 사랑이라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책이었다. 실상 뼈가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라지만, 적어도 나에게만은 그랬다. 아직은 시시콜콜한 밀고 당기기의 사랑놀이에 울고 웃으며 미쳐버리게 되는 나이인지라 사랑의 이론은 나의 흥미샘을 자극하지 못한 것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종류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기애, 태어나는 순간부터 받는 모성애, 인류를 사랑하는 형제애,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본능에 충실한 성애, 또는 신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다시 말해, 대중가요 가사에 흔히 등장하는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닌 폭넓은 수준의 사랑을 이야기 한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랑에는 특별한 것과 특별하지 않음의 정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사랑의 수준을 구별 짓는다는 것 자체가 객관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나의 해석으로 살펴보았을 때 저자는 자기애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키는 듯 했다. 실은 다른 구절들을 읽으면서는 크게 놀라거나 다시 한 번 그 부분을 곱씹어 생각해보는 등의 경우가 드물었으나 자기애에 관한 부분에서는 잠시 멈칫 멈칫 하였다. 사실 그렇다. 타인보다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자는 마치 죄라도 짓는 것이며, 또한 이기적인 것이라는 타인의 시선과 스스로의 관념이 말이다. 누가 정의라도 내린 마냥 자신을 더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우리들의 머리엔 박혀버린 것이다. 허나, 저자가 언급했듯이 더 많이 알수록 사랑을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맥락의 해석인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으며 또는 남에게 나에 대한 사랑을 들키면 큰일이라도 난 듯 부끄러웠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든 없든 자신감이 많지 않다.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많지도 않다. 그동안 내가 잘못해온 자기애에 대한 판단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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