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의 `인간교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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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던 시절에 내가 기억하던 손창섭은 ‘잉여인간’의 작가였다. 잉여인간이라는 제목 만으로도 주는 인상이 강렬한데, 그 안에 내용도 강한 사회 비판내용이었다. 역시 강력하였다. 불구가 된 여동생, 무능력한 남주인공, 폭력, 전후 사회의 이기적이고 비극적인 모습 등등이 모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그 이후, 나에게 손창섭은 1950~60년대 작가 중 가장 사회적 참여 의식이 강한 작가로 박혀있었다.
이 소설 역시 ‘손창섭’ 작가의 작품답다. ‘잉여인간’ 때와 비슷하게 불구인 등장인물이 나오며 역시 무능력한 남주인공도 나타난다. 다만 이번 소설은 6.25 전쟁이 끝난 지 10년 후 사회를 그렸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다고 보인다. 이때가 언제인가? 전쟁 이후에 경제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화폐개혁이 1962년도에 일어났으며, 박정희 정부가 5.16사건으로 군부 정치가 막 시작되던 시기이다. 민주주의가 뿌리깊게 박힌 상태도 아니고, 각종 경제 악화로 어지러웠던 때였던 것이다.
당시 통화개혁은 ‘환’ 단위에서 ‘원’ 단위로 바꾸면서 돈의 명목가치를 1/10배 낮추는 특별 조치가 주된 내용이었다. 이는 당시에 팽배했던 인플레이션을 미연에 방지를 하기 위한 특단의 방책이었는데, 오히려 돈의 가치가 뛰어 인플레이션을 가속시키고 나라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씁쓸한 결과를 낳았다. 덕분에 서민 경제는 한순간에 휘청거렷는데, 이러한 내용이 ‘인간교실’에서는 남주인공의 경제적 부양력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장면 ‘주인갑씨가 자기 집 옆방을 세놓기 시작한 것은 화폐개혁 이후부터의 일’으로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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