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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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유난히도 많은 비가 내린 여름도 지나가고 가을이 다가왔다. 낙엽, 단풍, 높은 하늘을 통해 설명하기에는 올 가을이 유독 더없이 푸르러 언어로써 온전히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고 보면 문학이라 함은 자연 혹은 사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지만, 결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반조차 표현하지 못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말한 문자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계절에 대한 묘사 혹은 동양적 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작품을 이 글을 통해 소개하려고 한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동양문학사에서 이 첫 문장이 지니는 미학(美學)은 다른 어떠한 소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 된다. 구태여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는 흑백의 전환을 통해 독자에게 겨울의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또한 이 소설은 동양수묵화가 가진 여백의 미학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설국’의 예술성은 현재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본문을 작성하는 이유는 문학의 지위와 영향력이 영상매체에 의해 잠식해 가고 있는 요즘 ‘설국’ 이란 작품이 하나의 대안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쏟아지는 영상매체 앞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문학은 그 표현 방식이 한정적이고 정적(靜的)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설국’에서는 미학으로써 새로이 자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인은 ‘설국’이라는 작품이 가라타니 고진이 말한 ‘일본사회에서 문학이 가지고 있던 역할’을 현재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작품이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충분이 통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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