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피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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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판타지 소설은 아니다.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미국 심리 수사물이나,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미국식 스토리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판타지를 꿈꾸게 된다. 커다란 사진 한 장, 마음 속에 남게 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피처’는 인생의 또다른 숨통을 틔여주면서도 벗어난 그 인생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끝없는 사동 문장 끝에 주동 문장을 만들어 본다.

나는,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해 내 인생을 죽일 수 있는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인생은, 바로 내 인생인가?

줄기차게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는 것을 작년부터 눈여겨 봐왔었다. 하지만 평소 내 취향은 아니야, 라는 생각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 바로 ‘빅 피처’였다. (평소 취향은 신경숙이나 하루키라고나 할까?) 정말 끈질기게도 눈 앞에 계속 아른거렸다. 묘하게 끈다기보다는 정말 이 년째 이 책이 어느 도서 목록이든 많이 올라와 있었던 까닭이다. 무엇이 이토록 대한민국의 추천 도서에서 이 책이 계속 언급되고 있는 것일까. 별 시덥지 않은 이유로 하여 책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표지 그림은 나로 하여금 더욱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세계로 나를 이끌고 있는 듯했다. 고공 빌딩의 도심 한 복판 피투성이 손의 잘 차려입은 양복쟁이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자신의 얼굴을 그야말로 ‘빅 피처’로 가리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500여 쪽에 달하는 모든 이야기가 바로 이 표지 한 장에 모두 설명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월가의 벤 브레드포드라는 말쑥하게 잘 빠진 변호사. 사진작가를 꿈꾸지만 돈의 굴레의 아버지의 압력에, 가족의 속박에 빠져 그렇고 그런 날들 속에서 비싼 카메라 장비를 들이며 자기 자신을 위안하는 마음이 가난한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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