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은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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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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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강의가 끝난 후, 나는 그녀에게 정말로 묻고 싶었다.
‘아일랜드에서...이렇게 먼 한국으로, 그것도 세상 사람들이 제일 꺼려하는 환자인 에이즈 감염자를 돌보며 평생을 헌신하는 것입니까?’

네이버에서 ‘고명은 수녀’를 검색해보니 일가상 수상에 대한 짤막한 소개를 찾을 수 있었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간호사 교육을 받고 1971년 한국에 온 고명은 수녀는 34년간 성매매 여성들과 소외환자들을 돌보며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다.”
수녀님께서 강의 마지막에서도 우리들에게 자신이 ‘에이즈환자를 돌보고 있다’란 말은 절대 밖에 나가서하지 말라고 말했던 것처럼, 기사에도 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있었다.

‘HIV`라는 것이 타액으로 쉽게 감염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환자를 돌보는 입장에서는 불안할 법도 하다. 내가 모르게 갖고 있는 상처에 환자의 혈액이 들어갔을 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고명은 수녀님과 같이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다면 혹시 손에 있을지도 모르는 상처 때문에 장갑을 하고, 마스크를 하는 등의 중무장을 하고 환자를 돌보았을 것 같다. 하지만 수녀님께서는 아무런 방어태세를 갖추지 않은 채 그들을 친구처럼 돌보는 모습에서 아프리카 빈민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테레사 수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에이즈=불건전한 성생활>이란 인식이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내가 여태까지 들었던 것만 해도 ‘동성애자들의 질병, 사람과 인간의 성관계로 인한 질병’이 바로 ‘에이즈’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HIV환자들은 죽을병에 걸린 것도 서러운데 사람들이 자신을 더러운 벌레 보듯이 취급해버리는 현실에 더 절망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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