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우리나무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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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우리나무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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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의 빡빡한 일상 속에서 아주 짧은 시간 잠시 일탈을 꿈꾸고 싶을 땐 어디로 갈까. 광화문에 일터가 남아 있는 덕분에 이럴 때면 난 아직도 궁궐을 찾는다. 결코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을 궁궐 속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다. 궁궐의 모습을 이모저모 살펴보기 위함도 아니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서도 다행히 뽑히거나 잘리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우리 나무들이 궁궐에는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길게는 500년이 넘게 궁궐의 흥망성쇠를 묵묵히 보아왔을 나무들이야말로 말없는 역사의 산 증인들이 아닐까. 그 긴 세월 동안 숱한 사연을 침묵하고 있는 그네들은 내가 언제라도 잠깐 달려가 만나 볼 수 있는 소중한 친구들이다.
산과 숲은 5월이 참 이쁘다. 나무들마다 어린 이파리들 빛깔이 어쩌면 저토록 찬란할 수 있을까,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때가 바로 이때다. 빛나는 5월의 산과 숲이 내뿜는 봄의 생기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경희궁 뒷숲에 자리한 일터는 그래서 5월만 되면 일상 속의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하루종일 비가 내렸던어제도 예외는 아니다. 빗속에서도 아침부터 울어대던 검은등뻐꾸기와 꾀꼬리 소리에 난 일찌감치 일을 끝내고 늦은 오후 종묘를 찾았다.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한 곳에 모아둔 종묘는 일제 강점기에 원형을 많이 잃어버린 궁궐들에 비해 손을 덜 타서일까,궁궐들보다 우람한 우리 나무들이 여태 많이 남아 있다. 정전 뒤쪽으로 죽 숲을 이루고 있는 갈참나무들은 믿음직스런 호위병들인 양 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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