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여야 알 수 있는 것 - 윤성희론-

소개글

비평 수업시간에 발표했던 과제입니다.

목차

1. ‘일상’과 ‘탈’ 사이에 서다
2. 들려오는 이야기
3. 이상한 공동체
4. I`m just kidding

본문내용

1. ‘일상’과 ‘탈’ 사이에 서다
2000년대 한국 소설을 둘러싼 것 중 하나는 `새로움의 창출`이라는 명제이다. 요즘의 소설들이 보여주는 새로움을 향한 열망이란 탈 근대적 문법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코드를 이룬다. 반문명적이고 도착적인 야생의 상상력으로써 여성에 대한 기존의 담론적 질서를 전복하거나(천운영), 가족이나 학교 등의 근대적 산물과 절연한 채 절대정신으로서의 `고독`을 지향하거나(배수아), 후기자본주의 물신화 욕망의 허위를 전략적으로 탈낭만화하는(정이현) 등, 그들의 탈주적 모색은 거침이 없다.
하지만 탈 근대적 사투가 강렬하면 할수록, 실제적 현실은 왜소하고 초라해지기 마련이다. 일상의 삶은 실낱같은 희망조차 담보하지 못한 채 폐기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윤성희의 소설은 일상의 염증을 환멸로 증폭시키거나 규율화 되고 파편화된 삶과 세계의 모습을 정면에서 비판하지 않는다. 급격한 반전이나 도발적인 상상력, 현실을 향한 강한 충격도 없다. 희미하게 일상의 윤곽 어딘가에 있는 인물들은, 내부로부터 근대적 일상성의 파열을 시도하지 않고, 외부로부터 일상의 결핍을 메우고 고정된 양식을 변주하고자 한다. 해체된 가족을 재구성하는 대신 낯선 타인들과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며, 윤성희는 근대의 보편적 모델에서 양식의 표본을 구하려하지 않지만 결코 멀리 일탈하지도 않는다.
윤성희의 소설은 근대의 일상성과 탈 근대적 모반 사이에서 성급하고 단호한 택일을 거부하고, 그 사이의 공간을 응시한다. 성급하게 근대적 지표를 포기하지도 과감하게 탈 근대적 전략으로 회절하지도 않는 신중함은 윤성희 소설의 특별한 점이다. 윤성희는 근대적 가치를 전면적으로 회의하거나 부정하지 않은 채, 근대를 가볍게 넘어서는 방법을 탐구 중인 것이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