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속의 바슐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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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추억이 있고 또한 약간의 비밀을 가지고 있음으로서 안정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기분 좋은 추억이 서려 있는 공간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공간들 중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유년시절의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유년시절의 집은 좋은 이미지와 추억을 가지고 있어 안정감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추억이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는 법이다. 당시의 상황에 따라서 공포의 공간이 되어 도피처가 아닌 도피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의 시는 그 예를 잘 보여주고 있다.

늙은 흑염소가 커다란 감나무에 매여 있었다.
산 그림자보다 서늘히 혼자 울고 있던 날들이
많이 있었던 까닭으로
나는 그 기력이 다한 염소의
희미한 뿔만 바라보아도
온몸이 파르르 아파오곤 했다.
며칠 후 염소는 소리 한번 못 지르고
아버지가 휘두른 한 번의 쇠망치에 조용히 죽었다.
그 뼈를 고아 어머니의 약(藥)으로 쓴다는
것, 이, 었, 다.
그날부터 감나무의 감잎이
더욱 푸르게 빛나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 아껴둔 푸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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