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삶과윤리
- 최초 등록일
- 2012.04.09
- 최종 저작일
- 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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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우리가 전번 시간에 살펴본 바에 의하면, 행위의 윤리성을 보증해 주는 것은 행위의 내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행위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형식이 행위의 윤리성을 보증해 줄 수 있는 지에 관해, 칸트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어보기로 합시다.
모든 행위 지침은 명령형이라는 언어적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칸트는 이러한 언어적 형식을 구분함으로써, 서로 상이한 인간 행위의 차이점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명령형에는 가언적 또는 정언적 명령형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가언적 명령형은 부문장과 주문장으로 이루어진 명령형입니다. 예를 들면, ‘네가 건강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운동을 꾸준히 해라’와 같은 형태가 가언적 명령형입니다. 반면 부문장 없이 주문장으로만 이루어진 명령형을 정언적 명령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언적 명령형 어법(語法)은 줄여서 ‘가언 명법’이라고, 정언적 명령형 어법은 줄여서 ‘정언 명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칸트 윤리학의 주요 용어에 속하는 가언 명법과 정언 명법은, 문법학에서 차용한 철학 용어들입니다.
가언 명법으로 이루어진 행위 지침의 경우, 행위는 부문장에서 제시되고 있는 특정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니까 앞에서 든 가언 명법의 예에서, 꾸준한 운동이라는 행위는 건강 유지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반면 행위가 어떠한 목적과도 상관없이 그 자체로 필연적인 것으로, 즉 어떤 조건하에서도 마땅히 행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 이러한 행위를 하도록 하는 지침은 정언 명법의 모습을 지니게 됩니다.
가언 명법으로 이루어진 행위 지침은, 부문장에서 제시되고 있는 목적이 앞으로 지닐 수 있는 ‘가능한’ 것이냐 아니면 이미 지니고 있는 ‘실재하는’ 것이냐에 따라, 다시 두 종류로 구분됩니다. 전자에 해당되는 예로,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차량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기아를 3단이나 4단에 놓고 액셀러레이터를 최대한도로 밟아라’와 같은 가언 명법을 들 수 있습니다. 이 행위 지침은 ‘가능한’ 목적, 이를테면 급한 환자를 수송할 목적이든지 또는 추월할 목적이든지, 하여간 앞으로 지닐 수 있는 어떤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기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침을 가리켜 기술적 행위 지침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이미 지니고 있는 ‘실재하는’ 목적이란, 다름아니라 인간 모두가 도달하고자 하는 ‘행복’입니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교수라는 직업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고 할 때, 우리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행위 지침을 줄 수 있습니다. ‘네가 교수가 되기를 원한다면, 지도 교수를 잘 모셔라.’ 이 행위 지침은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여겨지는 교수직을 얻기 위한 ‘수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 지침을 가리켜 한 마디로 충고라고 합니다. (위에서 가언 명법의 예로 든 ‘네가 건강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운동을 꾸준히 해라’도, 이 경우에 해당됩니다. 우리가 건강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이 행복의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정언 명법으로 이루어진 행위 지침에서 행위의 필연성은, 가언 명법에서처럼 도달되어야 할 어떤 특정한 목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행위 지침은 선한 의지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행위 지침을 가리켜 도덕적 명령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칸트는 도덕적 명령만이 윤리적 영역에 속해 있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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