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관한 에세이, 최영미-돼지들에게(현대시론)

소개글

본문참조

목차

없음

본문내용

시집에 관한 에세이. 최영미 - 돼지들에게
인간의 시간에서 짐승의 시간으로
-퇴화론


나는, 조국도 부모도 없는 고아가 되어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베르사유의 가을』중에서



최영미, 그녀의 시집은 관람객 없는 동물원이다. 그곳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돼지”나 “여우”, “개”와 같은 “짐승”들만이 그곳에 살고 있다. 그 동물원에는 호랑이도, 코끼리도, 돌고래 한 마리도 없다. 그저 몇 종의 변변찮은 짐승들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정말 보잘 것 없는 이 동물원에는 아주 신기한 점이 있다. 이곳에 있는 동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거울로 그 모습을 비추어 보면, 그들이 모두 사람의 형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꿀꿀이 죽’을 게걸스럽게 처먹어대는 돼지도, 호랑이 없는 동물원에서 제일 높은 나무 위에 걸터앉은 채, 뒷다리로 제 머리통을 긁어대는 여우도, 돼지가 쳐다보든, 여우가 지켜보든 아랑곳없이 교미를 해대는 개들도 거울로 모습을 비추어 보면 모두가 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