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제왕의 생애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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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제왕의 생애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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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뒷 표지에 광대가 줄타고 있는 삽화와 위의 문구를 보자마자 바로 영화 `왕의 남자`가 떠올랐다. 이 작품은 왕과 광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왕 자체가 광대가 되는 이야기다. 또한, 섭(燮)나라라는 가상의 중국 왕조가 배경이지만, 우리나라의 사극이 연상되는 장면이 많다. 어린 나이에 왕이 되어 불안에 떠는 모습은 단종이 생각나기도 하고, 기세 등등한 할머니의 섭정에 겁을 내다가도 거침없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은 인수대비와 연산군의 악연이 생각나기도 한다. 또한 시종과 옷을 바꿔 입는 장면은 얼마 전에 본 영화 ‘광해’의 명 장면이 떠오르는 등 여러모로 친숙하고 재미있게 몰입되는 작품이다.

<중 략>

그러나 그의 주변 사람들은 연달아 모두 기구하게 삶을 마감한다. 그의 곁에서 끝까지 충성을 바치다가 광대로 죽은 내시 연랑, 왕의 총애로 인한 질투와 음모로 싸구려 매춘부로 전락한 후궁 혜선, 왕을 내쫓고 왕위에 올랐지만 비참한 최후를 맞은 그의 맏형, 그의 아이를 임신했으나 미친 궁녀의 발에 밟혀 죽고 마는 후궁…. 왕을 둘러싼 그 누구도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허망하게 최후를 맞아야 했다. 아마 그가 계속 왕이었다면 그를 괴롭혔던 도깨비의 망령은 하나 둘 계속 더 많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묵묵히 광대패 사람들의 시신을 잘 수습한 후에야 비로서 과거의 옛 인연들은 모두 끝났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는 꿈속에서 새들이 모두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는 완전한 외톨이가 되어 홀연히 논어를 읽으며 고죽산에서 여생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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