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입문 - 돼지가 철학에 빠진날 서평

소개글

`돼지가 철학에 빠진날`이라는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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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늦은 밤이 지나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술과 함께였다. 그 덕분인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조금 괴로웠고 더부룩한 속과 깨질 것 같이 아픈 머리는 더욱 몸을 가누기 힘들게 만들었다. 어찌되었든 종강 덕에 수업시간에 늦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감사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독한 속을 게워내고, 정신을 차리고자 깨끗이 샤워도 했다. 찬물을 맞으니 조금 정신이 드는 듯 했다. 그리고 추레한 내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오전 10시. 휴대폰 알림창에 떠있는 몇 개의 메시지들을 확인하고 당일 새벽까지 같이 술을 마신 사람들에게 안부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조금은 후련해진 마음으로 바깥바람을 쐬러 나왔다. 늘 그랬듯 담배는 전날 입었던 바지 왼쪽 주머니 안에, 라이터는 답배갑 속에 있다. 습관처럼 왼쪽주머니에 손을 구겨넣어 담배갑을 꺼낸다. 몇 개 남아있지 않은 담배에 실망하며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그리고 한동안 그렇게. 흘러가는 담배연기를 보며 그렇게 생각에 잠겼다. 술을 많이 마셔서였을까. 아님 아침에 독한 담배연기를 폐로 밀어넣어서였을까. 머리가 핑 돌고 예전에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전날 기억도 드문드문 지워졌고, 아침에 일어나 씻었던 얼마 전의 기억이 까마득히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어제 술 마셨던 내가 지금의 내가 맞나? 기억도 안 나잖아. 아니 그럼, 아까 변기통을 붙잡고 속을 게워내던 나는? 샤워를 하며 머리를 감던 나는? 동네아저씨처럼 담배 한 개비 물고 있는 나는?’ 하는 질문들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이고 누구일까? 단지 술로 인해 기억이 씻겨 나를 잊어버린 것일까, 아님 애초에 나는 하나의 개체가 아닌 것일까?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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