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리 :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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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연금술사를 수강하면서 전공과는 다른 학문체계를 알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았다. 항상 숫자만을 다루던 내가 어쩌면 그 반대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고언어학을 배운다는 게 교수님 강의를 들으면서도 순간순간 쓰지 않던 뇌의 일부분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내가 언어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이 수업을 수강했던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지성의 장에서 전공만을 가르치고 교양의 중요성을 무시한 채 가볍게 듣는다는 것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며 대학생이라면 전공을 넘어서는 교양적 지식을 탐구해야한다는 교수님 말씀처럼 다른 지적 영역에 대한 도전의식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과제로 내주신 여러 가지 책들 중 상대적으로 많이 접했던 내용의 책을 읽을 수도 있었지만 내가 접하지 못했던 어쩌면 앞으로도 접하지 못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의 지적 탐구를 해보고 싶었다. 말 그대로 도전과도 같은 일이었지만 에크리라는 책을 처음 펼쳤을 때의 설레임은 잊을 수 없다. 사실 광고언어라는 강의를 가볍게 보고 학기 초에 처음 수업을 들었는데 첫 시간, 전공 수준 오히려 그것을 뛰어넘는 듯한 수준의 내용으로 머리 속에 수용이 되지 않았을 뿐 더러 강의 포기를 해야 되나 싶기도 했지만 진정한 대학인으로서 새로운 영역에 대한 두려움과 회피를 없애자는 마음에 고민 없이 에크리라는 라캉의 저서를 북리뷰 도서로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한 번을 정독하고 한번을 강의노트와 비교해 가면서 읽었음에도 아직도 정확히 라캉의 본질적인 사유체계를 파악하진 못한 것 같다. 물론 라캉이 직접 자신을 어떠한 학파나 이데올로기에 속하지 않는 유동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학문적 태도를 보였기에 에크리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또한 에크리를 설명한 이 책의 저자까지도 에크리를 처음 읽고 책을 읽어 무언가를 느꼈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찝찝해졌다고 하니 얼마나 이 책이 전문적 지식이 갖춰줘야 읽을 수 있는 책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에크리를 읽다 보면 중간 중간 라캉의 학문적 체계와 비교되는 여러 사상가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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