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와 기독교 그리고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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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할아버지께서 오랜 지병으로 인해 돌아가셨다. 군에 있었던 나는 3일의 위로휴가와 남아있던 말년 휴가로 짧지 않은 시간동안 장례식에 참여했고 처음 치러보는 장례는 생소하고 낯설기만 했다. 군에 가기 전까지 오랜 시간동안 할아버지의 식사를 도와드리고, 잠자리도 살펴드리고, 대답은 없으시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로 떠들어 보기도하고, 심지어 방바닥에 흘리신 변을 치워가며 할아버지 곁에 있었다. 쇠약해지시는 모습을 오래 봐왔던 탓일까 처음 겪는 가족의 죽음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니 태연했다기보다는 실감이 나지 않은 게 오히려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사람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할아버지의 장례는 진행되었다. 첫 날은 그렇다 치더라도 둘째 날 아침부터 찾아 온 교회 사람들로 장례식장은 북적거렸다. 사건의 발단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영정사진 앞에서 기독교식 장례라 하여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고 이를 본 숙부의 얼굴은 굉장히 어두워보였다.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더욱 좋지 않아졌음을 느꼈지만 당시에만 해도 이것이 어떤 이유때문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발인을 앞둔 늦은 밤, 어르신들 사이에서 웅크리고 있던 문제가 결국 그 본색을 드러냈다. 발인 시간을 정하는 도중에 의견이 충돌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는데 장지에 교회 사람들이 와서 예배드리는 것을 숙부께서 극구 거부하신 모양이었다. 그 사람들과 같이 가려면 발인시간을 늦춰야한다는 이유였는데 그런 이유로 발인시간을 늦출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하관할 때 예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더 이상 가족 간에 다툼을 볼 수 없으셨는지 장남인 아버지는 숙부의 고집을 들어주셨고, 결국 발인하는 날에 평소 친했던 분들을 제외한 다른 교회 사람들은 만날 수 없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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