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변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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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영원히 눈을 감았다. 그의 방 마룻바닥, 차디차고 먼지로 뒤덮인 그곳에 누워서 영원한 안식을 느끼고 있었다. 가족들은 그가 정말 자신들의 가족이었던 그레고르인지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 눈치였다.
사실 그가 진짜 그레고르라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그들의 마룻바닥에 징그러운 다리들을 늘어뜨리고 너부러져 있는 그것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것은 그들이 보고 있는 바로 그 모양, 그 자체였다. 혹시 그레고르가 이 괴물에게 잡아먹힌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칙칙한 괴물이 그레고르가 아니라는 증거 또한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달 전, 그들이 이 끈적거리고 미끈한 것을 처음보기 바로 전에, 분명 그레고르의 방 안에서 그는 가족들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그의 창문 아래에서도 시체 같은 건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족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레고르가 이 흉측한 생명체로 변신했거나, 아니면 이 흉악한 것에게 잡아먹혔다는 것이었다.

<중 략>

그리고 그러한 은연중의 무시가 가족들에게도 서서히 전염되는 역병처럼 옮겨가서 그들의 일할 의욕을 떨어뜨린 것은 아닌 것인지. 그레고르의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그는 너무나 울고 싶어졌다. 결국 자신을 벌레로 변신케 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물론, 그가 이렇게 변신한 것에 대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그동안 자신이 힘들게 일한 것에 대해서도 당연하게 생각해버린 가족들이 야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그것을 묵과하고 조장한 것은 그레고르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라고 그동안 합리화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자 그레고르는 마음속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이미 죽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벌레의 눈에서 노랗고 끈적이는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자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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