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의 단편 소설『미해결의 장』분석 ― 심리주의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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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전후문학의 대표적 작가인 손창섭은 인간 실존에 대한 비관적인 태도를 그의 초기작들을 통해 보여주었다.『미해결의 장』역시 작가의 사상이 전환되지 않은 시기인 59년의 작품인지라 작품 전반에 흐르는 시대적 우울함과 인간 존재에 대한 회의가 짙게 배어나오는 단편이다. 손창섭 초기 단편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하나 같이 신체적인 불구자이거나 육체적으로는 정상일지라도 정신적으로 불완전한 인물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것은 작가의 인간관 자체가 부정적인 까닭이다. 이러한 이유로 창조되는 인물들의 의지적ㆍ정서적 결함은 작가의 어린 시절이 불우했던 사실에 많은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 략>

“난 결코 이 돈을 나쁜 데 쓰려는 게 아닙니다. 윤기가 흐르는 백반을 먹으려는 겁니다. 꼭 백환이 모자라거든요.” -『미해결의 장』中 -

어딘지 모르게 어눌하고 이상하기만 한 그의 행동에 광순은 더 기이하게도 스스럼없이 돈을 내어주는 것으로 응답한다. 그녀는 지상에게 돈을 주어야 할 아무 이유가 없는데도 그의 필요에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응답한다. 이러한 광순의 태도에 지상은 심지어 광순의 손님에게 다음처럼 말하기까지 한다.

“자, 어서 들어가십시오. 그리고 광순에게 뭐든 자신 있게 요구하십시오. 나두 이렇게 삼백환의 위자료를 받아 가지구 갑니다.” -『미해결의 장』中 -

현실세계에 무감각하던 지상은 광순이 주는 돈을 통해 조금씩 현실에 눈을 떠가는 것이다. 그가 단팥죽을 마다하고 기어이 먹겠노라고 했던 쌀밥은 사실 가족들이 누려야 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형편을 대변한다. 우유죽으로 끼니를 잇는 가족들과 대비하여 자기는 반드시 돈까스를 먹을 테니 두고 보라던 지상은 결국 비빔밥을 사 먹는다. 삼백 환을 마련하고 다시 식당에 돌아 왔을 때 그 멸시의 눈길을 주었던 종업원이 없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식당을 빠져 나온 것이다. 이것은 지상 나름의 현실세계에 대한 항거인 셈이다. 지상은 광순과의 관계 속에서 점차 현실세계를 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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